다른/생각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한계를 넘는 지혜

Coffee Explorer 2014. 1. 16. 00:44

나는 다양한 도구를 잘 이용하는 편이다. 자질구레한 문구류부터 각종 등산장비며 보통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여러 독특한 프로그램들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게도 이러한 나의 장점은 사실은 나의 단점에서 부터 시작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나는 공부를 잘 하는 보통의 사람들에 비해 기억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들은 보통 기억력이 좋더만;;) 그러다 보니 나는 나의 기억을 잘 상기시키기 위해 나의 생각과 알아야 하는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정리한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찾아내기 위한 좋은 프로그램들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다른 영역, 등산 같은 것을 보자면 나의 타고난 체격조건은 수많은 서구, 또 한국의 건장한 남성에 비해서 그다지 좋은 조건들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손목과 발목이 좋은 편이 아닌데 체력을 아끼면서도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등산 스틱의 가장 효율적인 사용 방법을 터득해간 것 같다. 그래서 결국에는 킬리만자로 정상을 오른 것은 물론 물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도 반 팔 입은 한국인으로 유명세를 얻었던 경험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다지 잽싸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편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시간을 가지고 현상들을 바라보다 보면 그 이면의 근본 원인을 쉽게 찾아내서 대안을 제시하는 편이라는 생각도 들고, 대부분의 문제들이 닥치면 '왜(why)' 이 일이 일어났는지를 유심히 생각해보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근본 원인을 고치던지, 그럴 수 없다면 이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는 탁월한 도구들을 떠올리고 적용하려고 시도한다.


주어진 조건이 불리하다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당한 핸디캡이다. 그러나 핸디캡을 그대로 두느냐, 이를 토대로 무엇을 느끼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지금 내 손에 달린 문제이다. 지금보다 더 잘 하고 싶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조건을 변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를 보완해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찾고, 적절한 도구들을 사용해가며 나를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Mardi Himal, Annapurna Nep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