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언더(under)난 커피가 뭐길래?

Coffee Explorer 2018. 4. 14. 02:17


최근 몇 년 동안 바리스타/로스터와 대화하면서 자주 듣게 되는 표현 중 하나는 '언더(under)'입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맛보고 나더니 "언더네요.", 혹은 "언더났네요."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솔직히 "언더났다."는 말은 어법에도 적절하지 않고 모호한 표현인 것 같은데요. 도대체 여기서 말하는 '언더'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자주 되묻곤 합니다. "언더났다는 건 무슨 의미에요?" 자주 듣게 되는 답변과 저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아래 정도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 로스팅과 관련해서


1) 너무 라이트 하게 로스팅한 커피다.

2) 부분적으로 덜 로스팅 되었다.

3) 로스팅에서 향이 덜 발현되었다. 로스팅 색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이상하게 향미가 잘 안 느껴진다. 


문제는 로스팅에서 익음 정도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회사마다 다르죠. 그런 것이라면 위의 문장처럼 단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의견/생각은 이렇다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언더 디벨롭이에요'라고 말하기 보다는 '언더 디벨롭이라고 생각해요' 정도로만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이런 표현 정도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 제 기준에 이 커피는 평균적으로 조금 더 로스팅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전체적으로 로스팅을 더 하는 것이 '제 취향'이에요.

- 이런 면에서 언더 디벨롭트 로스팅 된 것 같아요.




2. 추출과 관련해서


1) 추출 수율이 낮다.

2) 추출 수온 등, 기타 추출 변수 때문에 언더 디벨롭트의 향미를 가진다.


동일한 원두를 다른 방식, 도구, 레시피로 추출했을 때에 좀 더 캐릭터를 분명하게 느끼게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추출되지 않았다는 것일텐데요.


추출과 관련해서 언더 디벨롭트는 추출 수율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분쇄도 등을 조절해서 수치적인 추출 수율을 높이고, 원두로 부터 커피 성분을 좀 더 많은 양을 추출해야 하겠죠. 대부분 바리스타 말하는 추출에서의 언더는 분쇄도를 얇게 하거나, 추출 시간이 더 길게 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한 현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깊이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TDS 농도계를 이용해서 TDS %와 EXT % 등을 측정했는데, 수치적으로는 문제가 될 이유가 없지만 향미 발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있습니다. 보통은 물(조성, 온도)이나 그라인더(칼날의 종류, rpm, 발열, 마모 상태)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적당한 추출의 수율이라는 것도 나라와 문화, 브랜드,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언더다'라고 단정하기 보다는 '나는 언더 디벨롭트 추출된 커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며 : 로스팅과 추출 사이에서


바리스타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로스팅과 추출에 대해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인데요. 커피를 다양한 방식으로 충분히 추출하고 살펴보면서 로스팅 혹은 추출에 있어서 어떤 면에서 '언더 디벨롭트인 것 같다'라고 생각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것은 좋은 공부입니다. 하지만 너무 쉽게, 너무 단정적으로 '언더(under)'라는 표현을 남발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언더'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에는 어떤 면에서 왜 언더라고 느꼈는지,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게 어떨까요?


- 글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