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와 로스팅

스트롱홀드 S7 사용 후기_총평

Coffee Explorer 2018. 2. 12. 10:08

스트롱홀드 S7 을 사용한지 약 1년 2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매 로스팅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위한 형태의 로스팅을 해왔기 때문에 저에게도 참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계를 만나면 우리는 배우고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기존의 방식 그대로 스트롱홀드 S7을 사용했었기 때문에 사람마다 적응하는 시간도 달랐고 평가가 나뉘었던 것 같은데요. 저는 S7 설치 초기에 기존 사용자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다양한 로스팅을 시도했습니다. 주변에 친분이 있는 S7 사용자가 많이 있었지만, 굳이 조언을 구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초기의 경험이 사람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제 로스팅 방법이 조언해주신 분들의 방식이나 때로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S7으로 로스팅한 다양한 사람의 커피를 마시고, 프로파일을 묻고, 그 맛의 이유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도 로스팅을 위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다시 모든 가설을 내려놓고 공부하고, 최종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된 내용에 대해 최근의 글을 통해서 여러분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스트롱홀드 S7에 대해서 자주 듣게되는 질문에 대해 간략하게 답해보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https://goo.gl/LXJccK


"전기로 안정적인 로스팅이 가능한가요?"


전기와 가스(LNG/LPG) 모두 대체로 로스팅에서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안정성은 있습니다. 간혹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로스팅에 영향을 줄 수는 있는데요. LNG/LPG의 가스 압력이 떨어지거나, 같은 압력으로 가스를 공급해도 가스 농도의 저하로 생두를 같은 프로파일로 로스팅하기 힘든 상황은 발생합니다. 전기 역시 계절과 건물 등에 따라 전압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죠. 에너지원이 무엇이든 안정성이 떨어지는 환경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있습니다. 전기는 슬라이닥스(SLIDE-AC)나 AVR(Auto Voltage Regulator)등을 통해서 안정적 전기 공급이 가능합니다. 




"전기의 경제성은 어떤가요?"


S7은 단상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별도의 전기공사 없이 사무실로 사용 중인 복층 오피스텔에서 벽부에 있는 콘센트를 이용해서 스트롱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요. 가스에 비해서 1/10에 불과한 요금을 지불하니 경제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피찾는남자의 설치 환경 소개

http://coffeexplorer.com/529





"스트롱홀드로 로스팅한 원두의 향미는 어떤가요?"


로스팅은 생두에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과정인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한 양의 에너지를 생두에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생두에 의도적으로 입체적인 볶음도를 만들기 위해서 에너지를 적정하게 분배해서 생두에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으로 그 에너지를 생성한 것인지가 로스팅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서 로스팅한 경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연소 가스 등이 원두에 독특한 느낌을 줄 가능성은 있습니다. 커피 입장에서는 이것이 외부에서 공급된, 하지만 대부분의 커피가 그렇기 때문에 '익숙한, 일종의 이취'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직화식 로스팅 머신에서는 이런 가스와 함께 부분적으로 더 어둡게 로스팅된 조직이 만들어낸 최종적인 커피의 맛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죠.


스트롱홀드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이 덜하니 클린컵이 좋은 커피가 만들어지는데, 사람에 따라서 무언가 비어있는 느낌으로 이것을 해석하기도 합니다. 클린컵을 지향하는 스페셜티 커피에서 이런 부분은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을 것 같습니다.


스트롱홀드 특유의 맛이 존재하냐는 질문도 받곤 하는데요. 로스터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한 로스팅 머신을 가지고도 충분히 다양한 개성을 가지게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제가 만난 사람들이 생각했던 스트롱홀드의 맛이라는 것은 대부분 기계적 특성과 사용 방식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였습니다. 할로겐으로 인한 향미의 영향에 대해서는 앞 선 글에서 충분히 설명을 했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coffeexplorer.com/642





"재현 기능은 어때요?"


제가 사용해온 스트롱홀드 S7의 재현 기능은 매우 우수한 편입니다. 로스팅에서 신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치는 색도의 값인데요. 로스터가 기존 드럼 로스팅 머신을 이용해서 동일한 원두를 여러 배치 로스팅한다고 했을 때에도 일정한 색도 차이는 발생합니다. S7에서는 적어도 대개의 로스터보다는 적은 색도의 차이를 가진 연속 배치 로스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드럼 로스팅 머신에서는 대부분 빈 온도를 측정하는 온도계를 기준으로 투입을 하다보니, 실제 드럼의 온도는 상당히 큰 편차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스트롱홀드 S7의 수직 드럼은 드럼 자체에 대한 온도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현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S7과 기존 드럼 로스팅 머신의 출발지점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로스팅을 하는 중에 손님이 들어오면 제 때에 로스팅 머신을 조작하지 못해서 한 배치를 버리는 일도 발생했는데요. S7 재현 기능을 이용하면 그럴 일이 없어지는 것이죠. 사실 과거에는 로스팅 도중 로스터의 판단을 통한 기계 운용 자체가 꽤나 중요한 부분이었는데요. S7을 이용한 곳에서는 과거에는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수석 로스터가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이 가능해졌죠. 로스팅 업무에서의 무게 중심이 기계 운용 자체보다는 프로파일 설계로 조금 더 옮겨가게 됩니다. 재현 기능을 사용 중에 수동으로 전환해서 로스팅하는 것도 가능한데요. 이런 부분은 연구용으로 쓰기에도 용이합니다.




"그래서 스트롱홀드 S7은 어떤 로스팅 머신인가?"'


스트롱홀드 S7은 기존의 로스팅 머신과 다른 형태와 역학을 가진 로스팅 머신입니다. S7은 전기를 사용해서 열풍히터와 할로겐 램프가 머신 내부로 열에너지를 전달합니다. 수평의 드럼을 설치해서 드럼의 온도까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드럼 로스팅 머신은 드럼이 돌아가는 형태다 보니 드럼 자체의 온도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로스팅 프로파일 및 화력 조절 등을 기록하고 다시 자동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스트롱홀드 S7 사용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조금 엉뚱하게도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름은 이제 명품의 대명사가 되긴 했지만, 과거 남자의 전유물이어던 셔츠와 바지를 여성 옷으로 탈바꿈시켜서 '코르셋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킨 디자이너'로 역사에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S7이 로스터에게 자유를 주는 로스팅 머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과거 일부 사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로스팅 영역을 대한 관문을 모두에게 낮춰줄 수 있는 로스팅 머신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로스팅에 대한 진입 장벽은 낮추지만 더 많은 시간적 여유와 향상된 재현성 등을 통해, 로스터가 단순 작업인 기계 운용을 넘어서 로스팅의 본질적 영역인 프로파일 설계 등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물론 스트롱홀드에도 단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텐데요. 기존의 전통적인 드럼 로스팅 머신을 사용했던 프로파일을 그대로 S7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타 로스팅 머신의 경험을 응용해서 스트롱홀드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경험많은 로스터가 스트롱홀드 S7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도 잦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스트롱홀드 관련 콘텐츠는 생두를 선정해서 다양한 프로파일로 커피를 로스팅하는 실제적인 내용을 다루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