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를 말하다

위국명 바리스타 KBrC 스크립트

Coffee Explorer 2017. 10. 19. 17:31


BALANCED COFFEE


안녕하세요. 바리스타 위국명입니다.

바리스타는 마니아를 위한 특별함과 대중을 위한 편안함 사이에서 맛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균형 좋은 한 잔의 커피라면 두 집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균형 있는 커피 한 잔을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결선 진출 시에 사용하려고 했던 멘트//

바리스타 대회를 보면 1kg당 30-40만원대의 커피를 쉽게 만날수 있는데요. 에티오피아와 같은 커피 산지의 농부들은 반 년은 일해야 겨우 1kg 남짓의 이런 커피를 살 수 있을 겁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런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데, 왜 우리는 스페셜티 커피의 문화를 리드해가는 대회에서 이런 극한의 생두로 경쟁하고 있을까요?


저는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이 극한의 생두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과 판매가 가능한 커피 한 잔을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Ethiopia Chelelektu / Fully Washed


오늘 소개할 커피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체레 지역, 첼렐렉투 마을의 ‘워시드’ 커피입니다. 첼렐렉투는 에티오피아 특유의 토착 품종과 자연 환경, 정교한 가공 등 좋은 커피가 가져야할 균형을 고루 가지고 있습니다.


1800-2100m에 달하는 재배고도 때문에 생두는 큰 일교차를 이겨내며, 이 과정에서 좋은 산미와 단맛을 가지는 편입니다. 워시드 프로세스로 가공되었는데, 이 때 습식 발효를 거치며 커피 고유의 향기는 더욱 강화됩니다.


간혹 누군가는 에티오피아 커피의 가벼운 바디를 약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이 부분은 추출을 통해서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ROASTING


첼렐렉투만이 가진 은은한 향미를 잘 표현하기 위해 스트롱홀드 로스팅 머신을 이용해서 열풍 위주로 라이트 로스팅했습니다.


단단한 밀도 때문에 자칫 속이 덜익은 결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총 11분 동안 로스팅을 진행하면서 1차 크랙이 진행되기 10도 전부터 열을 서서히 줄여나갔는데요. 1차 크랙 부근에서는 추가적인 온도 상승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DTR 17% 정도로 디벨롭했습니다.




PARTICLE REDISTRIBUTION


라이트 로스팅 된 커피는 자칫 과한 산미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추출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브루잉에서 400㎛ 이하의 미분과 입자 표면 부분은 30초 내에 이미 20% 이상의 수율로 추출이 되는데요. 이들에 의한 부분적 과다 추출은 자극적인 산미를 적절히 가려주기도 하지만 과할 경우 커피 맛을 텁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런 것을 두고 사람들은 잡미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시브를 이용해서 미분을 걸러 냈는데요. 맛의 풍부함과 균형을 위해서는 모든 미분을 제거하기 보다 적정한 양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500㎛의 시브를 우선적으로 통과하는 10%의 입자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입자의 분포를 재구성했습니다.




BREWING CONTROL


미분의 비율이 줄어들었다면 추출에서도 이 특성을 고려해야 할텐데요. 일반적인 브루잉 커피보다는 농도와 수율이 더 높아도 입 안에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TDS 1.50%, EXT 20.6% 를 목표로 추출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좀 더 무거운 관능 특성을 가진 성분을 담아내서, 미디엄 바디의 커피로 추출하도록 하겠습니다.




RECIPE

DOSE : 20g

WATER : 300g (93℃)

BREW RATIO : 1 :15

BREW TIME : 4’00”




SERVING


컵은 미리 데우지 않고 제공할 것인데요. 컵이 뜨거운 경우 음료의 온도는 길게 유지되지만 향기 성분이 더 빨리 공기 중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커피가 잔과 만나면서 전도를 통해 음용하기 적절한 온도로 빠르게 변하게 되는데요. 이 때 향미 성분을 좀 더 강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TASTE DISCRIPTION


잠시 기다려서 저의 설명과 함께 맛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커피를 즐겨볼까요?


이 커피를 마시는 경험은 자스민, 베르가못의 아로마로 시작합니다. 얼그레이, 패션푸릇, 레몬그라스 등의 플레이버와 함께 라임, 라즈베리의 산미를 느낄 수 있는데요. 워시드 프로세스 특유의 깔끔한 바디와 캐러멜, 시럽 등의 단맛이 결합되어서 자극적이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애프터 테이스트에서는 화이트티의 은은함과 약간의 스파이시함이 입 안을 깔끔하게 만들며, 복합적인 한 잔의 커피가 여러분의 입 안에서 완성될 것입니다.




TRACEABILITY


에티오피아 커피는 아직 농부/농장 단위로 생산 이력을 알 수 있는 생두가 많지 않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역사, 경제,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족 단위의 소농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에티오피아 커피와 함께 농부를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커피의 산지에도 함께 관심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바리스타 위국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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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블랙워터이슈 (https://goo.gl/UByxXN)


특색있는 시연보다는 커피 한 잔을 둘러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편안하게 해보려고 준비한 시연이었습니다. 최대한 단순한 장비와 기물을 사용하려고 했는데요. 규정집 말하듯 "커피 산업에서 기대할 수 있을 법한현실적인 서비스인지를 평가한다"라는 내용에서 대부분의 시연은 거리가 먼 것 같았습니다. 카페에서 저렇게 못하는데....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로스팅 : 스트롱홀드 S7

-사용 기물 : 아크원 앞치마, 하리오 V01 드리퍼 & 서버, 아카이아 저울, 프리파라 용기 미니, 보나비타 주전자, 코스타 노바 커피 잔 세트, 아이패드 미니 등


*세루리안커피의 김민관 로스터가 로스팅을 맡아 협업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