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와 로스팅

스트롱홀드 S7 사용자를 위한 조언_4. 로스팅 프로파일 설계와 조절

Coffee Explorer 2017. 12. 7. 00:45

스트롱홀드 S7을 이용해서 제가 로스팅하는 패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래의 내용을 참고해서 여러분만의 로스팅 프로파일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조금 더 단축하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1. 로스팅 시간과 기본 화력 결정


우선 투입 온도는 기본값으로 두고 첫 배치 로스팅을 기획합니다. 투입량은 600g을 기본으로 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것은 로스팅 시간에 대한 목표 설정입니다. 빠른 로스팅은 수용성 물질이 증가하고 휘발성 물질이 덜 사라지지만[각주:1], 지질 산화로 인해서 상미 기간이 짧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각주:2]


저는 스트롱홀드 S7을 사용할 때 9분~13분 정도의 로스팅 시간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새로운 생두를 만나게 되면 해당 생두가 충분히 우수하다는 전제하에 강한 화력으로 빠르게 로스팅을 먼저 시도합니다. 드럼 온도가 로스팅 도중에 소폭으로 하락하거나 적어도 상승하지는 않을 정도로 할로겐의 강도를 설정하는 것이 로스팅 후반의 원활한 콘트롤을 하기 좋습니다. 생두의 종류와 투입량, 설치된 환경과 S7 버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할로겐의 강도는 대체로 6~7입니다.


이후 로스팅이 끝날 때까지 할로겐은 조절하지 않고 열풍으로만 로스팅을 콘트롤합니다. 하지만 로스팅 시간을 더 단축하기 위해서 초반에 할로겐을 최대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2~3분을 지나면서 반드시 할로겐 화력은 줄여줍니다. 앞 선 글을 잘 이해하셨다면 이미 아시겠지만 스트롱홀드 S7에서 로스팅 시간이 늘어나면 ABR 역시 커지게 됩니다. 이를 고려해서 최종 프로파일에서 투입량 등을 섬세하게 조절할 예정입니다.




2. 화력 조절



초반에 공급한 화력의 강도에 따라서 화력 조절 시점과 조절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우선 로스팅 중간에 화력을 1회만 조절하며 로스팅 할텐데요. 1차 크랙을 예상하는 160도 중후반에서 30초당 ROR(온도상승률)이 1.5~2.5 정도에 머물도록 미리 화력을 조절합니다.(ROR은 S7의 경우 본인이 직접 기록해서 확인해야 하고, S7 Pro는 화면에서 자동으로 표시를 해줍니다.)


만일 빠른 로스팅을 위해 최대 강도(10/10)로 로스팅 초반을 지나왔다면 로스팅 시작 2~3분 후에 화력을 조절해야 합니다.(특별히 할로겐) 그렇지 않으면 로스팅 후반 드럼 온도의 상승으로 콘트롤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할로겐은 5~6, 열풍 역시 5~7 정도까지 조절하게 될 겁니다. 두 차례에 거쳐 화력 조절을 계획하고 있다면 1차에서는 우선 할로겐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후에는 열풍을 조절하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드럼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


상대적으로 느린 로스팅을 위해서 초반에 열풍 7~8, 할로겐 6~7 정도를 사용하며 로스팅 했다면, 상황에 따라 140~155도 부근에서 부터 열풍을 줄여나가면 됩니다. 화력 조절 이후 드럼과 열풍의 온도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편이기 때문에 반드시 순차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3. 1차 크랙과 디벨롭


1차 크랙 혹은 자신이 정한 디벨롭 판단 지점에 도달했다면, 사전에 예측하여 화력을 좀 더 줄여도 됩니다. 디벨롭 과정에서 30초당 ROR이 3도 이상이라면 상당히 빠르게 로스팅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30초당 ROR을 1~2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편이 제 경우에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습니다.


열풍의 강도를 조절하면 열풍의 온도는 일정 시간 동안 하락하게 됩니다. 이 때 빈의 온도가 정체되어 있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하락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빈은 여전히 외부에서 공급되는 열풍의 영향으로 로스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S7 Pro에서는 공급하는 열풍의 온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DT(Developed Time)와 DTR(Developed Time Ratio)을 기록/모니터링합니다. 




4. 배출 시점의 조절



익숙하지 않은 생두의 경우 확인봉을 자주 이용해서 이 때 느껴지는 향과 색상을 기준으로 생두의 전체 로스팅 정도에 대한 직관적 판단을 해야 합니다. 로스팅의 경험이 쌓여가면 확인봉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통해 로스팅 정도에 대한 직관이 보다 정확해질겁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것은 로스팅 완료 이후에 분쇄와 추출을 통해 확인하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는 특정 시간 이후에 숙성된 커피의 향미를 통해서만 정확하게 로스팅 배출 시점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ROR이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빠른 로스팅에서는 좀 더 긴 DTR을 설정하고, 느린 로스팅에서는 좀 더 짧은 DTR로 로스팅합니다. 그래야만 원두 내외부의 색도 편차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브루잉을 위한 원두를 로스팅하는데 있어서 빠른 로스팅에서 DTR은  대개의 경우 22~26%, 느린 로스팅에서는 16~23% 정도를 저는 사용합니다. (Soaking 등의 비 전형적인 프로파일에서는 별도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산지와 프로세스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상당히 넓은 폭을 제시할 수 밖에 없는데요. 새로운 생두의 경우 빠른 로스팅을 하면서 20~23% 정도의 DTR로 로스팅을 완료하고 분쇄하여 결과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다음 번 배치에서 프로파일을 수정하는 방식을 저는 사용합니다. 한 번에 완벽한 프로파일로 로스팅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어렵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나열한 DTR 수치들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고, 추구하는 커피의 향미와 사용하는 생두의 종류, 추출 방식에 따라 DTR의 수치는 10% 이하로 내리거나 30% 수준까지 높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로스터 자신의 의도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겠죠.




5. 관능을 통한 확인 

 


로스팅 직후에 원두를 분쇄해서 우선 향을 맡아 봅니다. 생두 조직이 자신이 로스팅 목표에 비해 확연하게 언더 로스팅 되었거나, 오버 로스팅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이후에 커핑이나 브루잉을 통해 한번 맛을 봅니다. 로스팅 직후에는 원두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해당 원두에 대한 완벽한 평가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각주:3]




지금 커피를 맛보는 것은 분쇄향만으로는 변별하기 어려웠던 로스팅 정도에 대해 추가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언더 로스팅 되었다고 판단한다면 다음 배치의 로스팅을 통해 DTR을 증가시키거나, 반대로 오버 로스팅 되었다고 판단한다면 다음 배치에서는 DTR을 감소시켜야합니다.


한편, 좀 더 경험이 많은 로스터라면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도 원두의 색도 분포에 대해서 입체적인 추정이 가능합니다. 평균적으로는 적정하게 로스팅되었지만 언더나 오버 로스팅 된 원두 조직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6. 색도를 통한 확인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색도계를 사용해서 원두의 색도를 Whole Bean과 Ground 상태로 나누어서 측정합니다. 로스팅에서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수치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색도입니다. 저는 Lighttells 사의 CM-100 이라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다면 ColorTrack 장비를 사용해서 입자의 색분포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로스팅에 큰 도움이 됩니다.


CM-100 색도계 소개 보러가기


관능을 통해 판단하고 짐작했던 원두의 색도에 대해 수치를 통해 확인하고 기록합니다. 이후에 원두 전체의 평균 색도를 높이거나 낮출지, 내외부의 색도 편차를 높이거나 낮출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사용한 생두의 산지/프로세스/밀도/수분 등에 따라 적정한 색도의 값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너무 쉽게 색도 자체로 로스팅의 목표를 설정하기 보다는, 현재 원두의 상태를 측정하고 다음 번 로스팅 프로파일을 설계하기 위한 참고 수치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긴 시간 데이터를 축적하다보면 자신이 선호하는 로스팅 목표를 생두의 유형에 따라 색도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7. 로스팅 프로파일 1차 수정


가장 중요한 것은 배출 포인트 및 디벨롭 구간의 길이와 비율에 따른 원두의 평균 색도와 색도차를 통해 알 수 있는 로스팅 정도의 적합성입니다. 아래에 있는 내용은 로스팅에서 프로파일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커피의  프로파일에 항상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참고 삼아 본인이 직접 로스팅하며 테스트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아래 글에서 언더/오버 로스팅은 자신이 목표하는 로스팅 정도보다 과하거나 덜 로스팅 된 것을 지칭합니다.)


- 평균적으로 색도가 밝은 경우

전체적으로 비슷한 프로파일로 로스팅하면서 디벨롭 시점에서의 화력에 차이를 주어서 더 높은 온도에서 배출합니다. 부분적으로 언더 로스팅 된 조직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DTR 역시 조금 더 길게 하여 내부까지 열을 전달합니다.


- 평균적으로 색도가 어두운 경우

전체적으로 비슷한 프로파일로 로스팅하면서 디벨롭 시점에서의 화력을 더 낮춰서 더 낮은 온도에서 배출합니다. 원두의 외부를 기준으로 적정한 색상이 되도록 합니다.  부분적으로 언더 로스팅 된 조직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DTR 역시 조금 더 길게 하여 내부까지 열을 전달합니다.


- 부분적으로 색도가 밝은 경우

원두의 외부 색도는 충분한데 내부가 언더 로스팅 된 경우 DTR을 길게 해서 내부까지 충분히 열을 침투 시킵니다. DTR이 길어지면서 내부의 색도가 어두워졌지만, 외부의 색도 역시 일정 부분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배출 온도를 소폭으로 다시 낮춥니다.


- 부분적으로 색도가 어두운 경우

평균적인 색도는 보통이지만, 부분적으로 어두운 색상의 조직이 포함된 경우에는 DTR은 유지하면서 배출 온도만 소폭으로 낮춥니다.




8. 마이야르/캐러멜라이징 구간의 미세 조절


1~5번까지의 작업을 통해 색도와 관능을 기준으로 적정한 로스팅 정도에 도달했는데, 이 때의 향미가 충분히 않을 때에는 프로파일을 재조정합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열이 가해졌을 때 아미노산의 촉매 작용으로 당이 분해되며 향, 맛, 색(멜라노이딘)이 생성되며, 특히 저분자 화합물(볶은 커피, 캬라멜, 흙내, 구운 빵)을 형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각주:4]


대개의 로스터는 기존 프로파일을 변형해서 화력 감소를 통한 마이야르 반응 구간 시간의 증가는 미이야르 반응에서 일어나는 분해 반응을 증가 시킨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마일라드 반응은 볶은 커피 등의 향 성분 생성에 도움이 되는 편인데, 화력 감소를 하지 않고 마이야르 반응 구간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때에는, 당 분해 등의 저하로 단 맛이 증가하지만 향기의 강도는 강하지 않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다만 로스팅 전체 시간 조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로스팅 결과의 차이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프로파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마이야르 반응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전체의 로스팅 시간이 길어지거나 후반의 로스팅 과정에서 연쇄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때의 원인과 결과를 화력 감소를 통한 마이야르 반응의 증가로 100% 해석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9. ABR의 미세 조절


향기 특성과 맛에서 문제가 없으며(자신의 기준에 언더/오버 로스팅 되지 않은) 적정한 색 분포를 갖는 로스팅에 성공하기 위해 1~6번의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생두를 다른 사람이 로스팅한 것에 비해(혹은 같은 사람이 다른 로스팅 머신으로 로스팅한 결과에 비해) 향의 강도가 떨어지거나 클린컵이 부족하다면 ABR에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앞선 글을 통해 스트롱홀드 S7은 생두의 투입량이나 전체 로스팅 시간을 통해 ABR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향미 복합성이 떨어지고 평이해질 경우 공기의 흐름이 커서 향미를 많이 뺏기고 있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각주:5] 이 경우에는 총 로스팅 시간을 단축시켜서 ABR을 낮추고 DTR은 좀 더 길게 설정하거나(속까지 충분히 익히기 위해), 생두의 투입량을 늘리고 화력도 일정한 수준으로 강화해서 총 로스팅 시간은 전과 비슷하게 유지하도록 변화시켜봅니다.


한편, 커피에서 독특한 개성(캐릭터)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지만 클린컵이 떨어진다면, 반대로 ABR을 크게 하기 위해 로스팅 시간이나 투입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프로파일의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10. 투입 온도의 조절


지금까지의 로스팅은 투입 온도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이야기해왔는데요. 대개의 경우 기본값으로  두고 로스팅해도 무방합니다. 투입 온도는 일정 부분 낮추고, 투입 화력을 좀 더 높이는 것은 로스팅 초기 전도열의 비중을 조금은 낮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앞 선 글에서 소개했는데요. 투입 온도를 소폭으로 변경하는 것이 로스팅 결과에서 드라마틱한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다만 투입 온도에 따라 로스팅의 시간과 ABR이 변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로스터의 머리 속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스트롱홀드로 익숙하게 로스팅하기 전까지 투입 온도는 되도록 변경하지 않고 기본값으로 사용하다가, 실험을 위해서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입 온도를 변경하면서 로스팅하기를 저는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상으로 제가 로스팅 프로파일을 설계하고 변경하는 작업에 대해서 소개를 해봤습니다. 로스팅 공부를 위해서는 다양한 생두를 다양하게 로스팅해보는 것도 좋지만, 원리에 대한 이해 속에서 한 생두를 반복적으로 로스팅하며 섬세하게 프로파일을 변경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스트롱홀드 S7을 활용한 로스팅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글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


스트롱홀드 S7 사용자를 위한 조언_1

스트롱홀드 S7 사용자를 위한 조언_2

스트롱홀드 S7 사용자를 위한 조언_3


  1. Nagaraju, V.D., Murthy, C.T., Ramalakshmi, K., Rao, P.N.S., 1997. Studies on roasting of coffee bean [본문으로]
  2. Schenker, S., Handschin, S., Frey, B., Perren, R., Escher, F., 2000. Pore structure of coffee beans affected by roasting conditions. Journal of Food Science 65 (3), 452e457. [본문으로]
  3. Britta Folmer, 2017. The Craft and Science of Coffee, 355 [본문으로]
  4. Britta Folmer, 2017. The Craft and Science of Coffee, 284 [본문으로]
  5. Schenker, S., 2000. Investigations on the Hot Air Roasting of Coffee Beans. Unpublished Dissertation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