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공간

타임머신을 타고 개화기로, 을지로 커피한약방

Coffee Explorer 2015. 8. 15. 23:45

커피찾는남자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곳은 을지로에 위치한 이색카페 커피한약방입니다. 이곳을 처음 만난 느낌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개화기로 날아간 것만 같았답니다. 을지로의 청계천 근처로 이런 독특한 카페가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는데요. 커피한약방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곳.


커피찾는남자와 함께 을지로를 찾아가 보시죠.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부터 좌석, 그리고 벽의 나무와 장식까지 참 인상적이죠? 어떻게 찾아가는지 한번 살펴보죠.





2호선 을지로3가역 1번 출구로 나와서 70m 남짓 조금 직진하다 보면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인 이 골목을 만납니다. 안쪽으로 20m 정도 들어가서 남원추어탕이 보이면 다시 우회전.





다시 20m쯤 걷다가 오른쪽을 보면 재미난 풍경과 간판이 보입니다.





한 눈에도 딱히 카페가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이 허름한 동네에, 잘 보시면 위에 흰색 간판이 짠- 커피한약방 이라고 쓰여있습니다.





골목의 끝까지 와서 왼쪽을 봤더니...뭔가요? 카페는 어디가고 비둘기 삼총사만..게다가 골목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얼른 뒤로 돌아보니 다시 저 멀리 보이는 커피한약방 간판... 좀 더 안 쪽으로 들어가 봅시다.









하- 이 좁은 골목에 세워진 입간판이라니! 분필로 반듯하게 써진 글씨가 눈에 팍 들어옵니다. 커피 한약방? 건물 이름이 '을지로삘딍'이라니! 게다가 이 기묘한 허름한 모습을 한 이 카페는 도대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게다가 문 앞에는 이렇게 귀여운 앵무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니!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근래 들어 본 적 없는 기품있는 고즈넉함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커피찾는남자가 찾아간 시간에는 이미 1층이 만석이라 손님들의 초상권을 보호하다보니 찍을 수 있는 사진이 거의 없더군요.








몇 년도에 만들어진 건지 짐작도 안되는, 주조된 커피 드립퍼하며 약재 보관함에 들어가있는 빨대와 어항 등등 바라보는 곳마다 처음보는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가게 여기 저기에는 자개로 장식된 가구들이 즐비했는데요. 초상권 보호 때문에 1층의 다양한 모습들을 충분히 담지는 못했습니다.






동 드립퍼도 줄줄이 도열되어 있었는데요. 이 부분은 나름 신식이죠? ^^





한 쪽 구석에는 낡은 앰프와 LP를 재생시키는 마란츠 턴테이블도 놓여 있습니다. 재생되는 노이즈마저 이 곳의 옛스런 분위기를 더해줄 것만 같더군요.







가격도 요즘 카페들에 비하면 착한 편이죠? 필터 커피는 일반적인 드립 커피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필터 스페셜은 좀 더 등급이 좋은 커피라고 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무려 3그룹의 레버 스타일(손잡이를 내렸다고 올리면서 추출이 시작되는 수동 방식)이 놓여져 있었는데요. 제대로 세팅만하면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가 만들어지는 머신이죠.


서예로 쓴 커피한약방 글씨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요.











주문을 하고 좁고 가파른 계단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계단에는 터덜터덜 세월이 입체감있게 느껴지는 벽과 조명이 있는데요. 2층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갔더니 테라스가 하나 나오는데요. 마치 홍콩의 옛 거리를 상기시키는 이 모습은 도대체 뭐죠?


와- 정말 이 자리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지만, 아직은 날씨가 더워서 얼른 실내로 들어가봅니다.





이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죠. 바닥에 깔린 타일과 옛스런 책상/의자/벽/조명/스피커/벽걸이. 개화기에 안 살아봐서 잘 모르지만 정말 개화기 카페의 완전체 같아요. 




사진을 좀 더 살펴보죠.














잠시 제가 주문한 커피가 나왔습니다. 저는 필터 스페셜커피를 주문했는데요. 케냐 원두를 선택했답니다. 음...맛은...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입에는 쓰더군요. 그래도 커피한약방의 브랜드 컨셉과 참 잘 어울린다고 해야할까요? 이런데 완전 화려한 산미를 쫙쫙 뽑아내는 그런 것 보다는 어쩌면 이런 쓴 맛이 이 공간에 잘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물이라도 조금 더 타서 마시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 공간에서 작은 통돌이 로스터로 볶기 때문에 어느 정도 로스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긴 합니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일들을 처리하다보니 어느새 자리를 이동할 시간.










나갈 때는 좀 더 큰 길로 빨리 나가는 지름길을 알 수 있으실텐데요. 폭이 겨우 1m나 될까 싶은 골목 양 옆으로는 이렇게 멋진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커피한약방은 최근 방문한 작은 공간 중에서 정말 완벽히 갖춰진 컨셉을 가진 곳이었는데요. 사실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난 곳이라 그런지 한국인은 물론 관광객들도 꽤나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2015년에 이런 공간을 다시 만들어낸 카페의 오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함이 들었는데요.


2층은 얼마 전까지 주택이었던 것을 1층 자리가 모자라면서 2층까지 카페로 바꿨다고 하네요. 소문으로 듣기에 사장님이 직접 공간을 꾸몄다고 하는데요. 옛 물건들을 모아내서 통일만 컨셉으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를 거치셨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숨겨놓고 남에게 알려주기 싫은 공간일지 모르겠는데요. 아무래도 이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면 조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커피찾는남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