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커피 맛을 이야기 해보자_2/ 캐릭터의 집중과 분산 본문
특정 원두가 가지는 고유의 개성적인 맛과 향을 말하는 '캐릭터(character)'.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본다면 캐릭터를 이야기 하면서 '집중과 분산'을 이야기해볼 수 있어요. '캐릭터가 강하다?'라는 말은 고유의 개성이 강렬하게 튀어나온다는 '강도'에 대한 말일텐데 '집중과 분산'이라고 한다면 '분포'에 대한 것이겠죠.
시작하면서 부터 복잡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뒤로 가면 조금 머리 아파짐) 보통 커피에서는 하나의 커피에서 보편적인 사람들이 선호하는 종류의 향과 맛이 다양하게 느껴질수록 좋은 커피라고 부르게 되는데요. 아래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죠?
캐릭터가 집중된다 = 특정 종류의 향과 맛이 강하다.
캐릭터가 분산된다 = 다양한 향과 맛이 나는데 주요한 캐릭터가 있지 않다.
'다양한 향이 난다'라는 표현에 비해 '분산된다'라는 표현 안에는 분명 부정적 어감이 포함되어 있죠? 아마도 우리가 말하는 좋은 커피란 것은 '자신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맛과 향이 포함되어 있어서 다채로운, 그런데 그게 보편적인 사람들의 취향 그리고 특별히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닐까요?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 하건데 어느 정도 집중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좋은 커피에 필요한 조건이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집중된 캐릭터는 어디에서 오는가? 너무나 당연한 좋은 생두와 잘한 로스팅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지금 제가 말하려는건 분쇄에 대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좋은 그라인더를 말하면서 미분(fine particles)이 적은 것을 주요한 필요조건으로 이야기하는데요. 미분이라는 것은 사실 정의하기 까다롭습니다.
"바리스타가 목표로 하는 주 분쇄도에서 특정 범위(사실상 지름이 거의 유일한 측정 가능 단위)만큼 벗어난(특별히 더 작은) 원두 알갱이"
아마도 이런 식으로 정의가 가능할텐데요. 얼마 만큼을 미분의 범위로 지정할지는 대해서는 호주의 커피긱으로 알려진 맷퍼거가 그라인더 제조사인 말코닉과 함께 분수 입자들의 지름을 기준으로 입자 분석을 했던 자료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자료 출처 : http://payload236.cargocollective.com/1/5/173475/7021427/EK43%20vs.%20K30%20vs.%20Anfim%20vs.%20Robur%20Size%20Graphs_o.jpg
미분의 정의는 분쇄하는 커피의 종류(에스프레소, 혹은 브루잉 커피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위와 같은 분포도 곡선(distribution curve)에서 그 변곡점(point of inflection)들을 기준으로 나름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브루잉(드립) 커피를 기준으로 미분이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캐릭터의 분산입니다.(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에스프레소의 경우에는 미분이 맛의 표현에 있어 나름의 긍적적인 역할이 있다는 견해도)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똑같은 10g 혹은 15g의 커피를 갈았다고 가정한다면, 그 커피 안에 미분이 많은 비율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큰 표면적을 갖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표면적을 가진 커피라는 것은 다른 변수들이 통제있다라는 가정 하에, 미분에 의한 상대적 과다 추출을 초래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 경우라면 커피가 가진 주요한 캐릭터 외의 맛과 향, 과다추출의 특징이라고 표현되는 떫은 맛 등이 핵심적인 캐릭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좋은 그라인더를 사용하면 캐릭터를 집중시킬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같은 종류의 커피를 서로 다른 그라인더로 갈아서 최종적인 추출 시간이 같아 지도록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분쇄도를 결정했을 때, 서로 다른 맛 특히 오늘의 주제인 캐릭터의 집중 혹은 상대적 분산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미분이 있는 경우 보다 풍성한 맛을 만들어낸다는 말도 반드시 틀린 말이라고 만은 할 수 없을겁니다.
맛이란 것이 절대적인 기준이란게 존재치 않는 영역이긴 할텐데요. 사실 보편적인 맛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향이나 단맛의 강도 등은 '전자코'를 비롯한 다양한 장비를 통해서 측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커피의 일반적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엄격히 통제된 실험을 한다면 어느 정도의 실험군을 선정해서 보편적인 선호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어떤 편이 더 맛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그런 차이를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하고 결과를 알아내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거니와 그런 이유로 실험을 해야할만한 결정적 동기들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이번 글의 결론은 사실 무척 단순합니다. "좋은 그라인더는 미분을 잘 제어해서 캐릭터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그런 세밀한 '차이'를 위해 많은 돈을 더 투자해야 할 가치가 있을까요? 과연 얼마나?
다음 번에는 '맛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