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커피 맛을 이야기 해보자_1/ 캐릭터의 존재

Coffee Explorer 2015. 5. 31. 13:52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끔 등장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특정 원두가 가지는 고유의 개성적인 맛과 향을 말하는 '캐릭터(character)'도 그 중 하나인데요.


캐릭터는 그리스어 kharakter 에서 어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 시대에는 예술 작품 속에 '새겨진 것' 혹은 '조각된 것'이라는 뜻을 가르키다 후에는 소설이나 연극 등에서 배우가 가진 극중에서의 개성이나 이미지를 가르키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인격을 가진 존재의 내면적 특질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커피의 맛과 향을 이야기하면서 '캐릭터'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요. 내면에 더 깊은 것이 숨겨있는 것이 있다고 믿어지는 어떤 영역들에서, 우리는 그 대상들을 의인화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character'라는 영어 단어에는 이미 그 자체에 '특징/특질'이라는 뜻이 담겨 있지만 말입니다.


커피에 있어서 '캐릭터'라는 표현은 과거, 주로 '대륙'이라는 매우 넓은 지리적 특성으로 가장 쉽게 사용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커피는 이런 맛이야"

"중미/남미/인니는 이런 맛이야"

이런 식의 표현들이었죠.




물론 보다 구체적으로 "케냐 커피는 산미가 좋아", "과테말라는 스모키하지"라는 표현들은 커피 좀 마셔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도 합니다.


사실 케냐 커피는 산미를 적절히 절제하며 로스팅하면 아주 구수한 커피가 된다면, 과테말라 커피는 로스팅을 높은 포인트까지 가져가기 때문에 그런 로스팅 때문에 어쩔 수 없이/당연히 스모키(타는 듯한)한 것도 사실일 겁니다.





요즘에는 대륙별 캐릭터에 대한 구분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분명 '중미 커피'의 맛이 나는데, 알고 보니 '아프리카의 커피'였다던지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죠. 커피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라고 할지라도 대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커피로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중미 지역인 과테말라 커피를 사전 정보 없이 잔에 담긴 상태로 누군가에게 서빙을 했을 경우 전문가의 경우도 과테말라 커피임을 인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대륙별/나라별 캐릭터는 'A커피는 이렇게 로스팅해서 저렇게 내려야해'라는 낡은 정답 속에서는 여전히 유효할지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결점들이 적절히 섞여있는 커머셜 그레이드라면 여전히 그런 성향들이 강하게 느껴질지 모르죠. 다만 요즘의 트랜디한 카페에서라면 이런 개념들은 '고정관념'으로 받아 들여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에 있어 캐릭터라는 것은 분명 존재합니다. 한 농장에서 재배한 커피를 동일한 가공 공정을 통해 생산했다면 2010년에 느꼈던 맛과 고유의 향이 2015년에 재배한 커피에서도 동일하게 난다는 것이죠.


무척 독특한 커피를 만났다면 이렇게 말해볼까요?


"이 커피는 캐릭터가 명확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