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내 인생의 커피 한 잔 #2 커피가 아무리 써도 설탕을 넣을 수는 없지

Coffee Explorer 2015. 5. 22. 00:30

추억 가득한 고등학교 시절.

여고 방송반의 아나운서는

말로만 들어도 가슴 두근대는 상대였다.

더구나 경상도에 살던 이들에게

서울말 쓰는 여학생은 그야말로 로망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우연히 알게 된 옆 학교 방송반의 아나운서 그녀와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를 따라 주문한 것은 원두 커피.

믹스커피만 알던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처음 원두 커피를 만난 순간이다.




정확하게 어떤 메뉴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풋풋한 어색함이 맴도는 순간 커피가 나오고

제법 구수한 향기가 코를 스치고

푸근함이 어색함을 무디게 만들었다.


한 모금 들이킨 순간.

이런 젠장- 이건 왠 독인가?

잔뜩 찌그러지려던 얼굴을 억지로 꾹꾹 눌러 참아본다.


테이블에는 커피와 함께 설탕이 서빙되었다.

그녀를 잠시 바라본다.

설탕을 넣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커피를 들이킨다.

'원래 그런건가?'

다시 한 모금 들이켜본다.


읔- 역시나 독하다.

아무래도 원두 커피는 원래 이런 건가 보다.

그러나 그녀도 넣지 않는 설탕을 내가 넣을 수는 없지.


꾹 참고 커피 한 모금. 물 한 모금.

향을 그럴 듯 한 것이, 쓰다 써.


커피는 쓰디 쓴 거라는 오해를 하게 만들었던

진주시 상대동 어느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


쓰디 쓴 커피였지만

그 날의 기억만큼은 달콤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