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와 로스팅

마티스커피 신림점, 심병준 로스터의 스트롱홀드 S7 로스팅 프로파일

Coffee Explorer 2017. 6. 9. 00:33



Q. 스트롱홀드 S7을 사용하실 때 기본 투입량은 어떻게 하시나요?


A. 저는 기본을 650g으로 투입해서 로스팅을 볶는 편입니다. 연구용 로스팅이라고 한다면 조금 더 소량을 투입해서 정교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실사용자들은 대부분 생산자로서 적정한 생산성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650g을 투입하게 되면 500g 정도는 상품으로 판매한다고 해도, 품질 관리를 위한 어느 정도의 원두가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50g을 사용해서 로스팅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테스트해가고 있습니다.




Q. 스트롱홀드 S7을 보통 어떤 형태의 프로파일로 사용하시는가요?


A. 전도열을 조금 더 배제하고 열풍과 할로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저는 150/140도의 예열 온도에서 로스팅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터닝 시점까지는 열풍만을 사용하는 편인데요. 터닝 이후에 할로겐을 최대로 주며 로스팅을 진행합니다. 로스팅하면서 사용하는 생두의 밀도, 수분, 수확 시기에 따라 일부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열풍은 거의 9로 고정하는데요. 물론 팝 직전에는 조금 조절을 해야 합니다.


스트롱홀드로 로스팅 할 때는 할로겐을 이용해서 내부를 익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옐로우 시점에서 할로겐 사용을 과감하게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 속이 상대적으로 과하게 익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옐로우 시점 이후 할로겐을 줄여주게 되면 슈가 브라우닝 구간에서는 자연스럽게 완만한 곡선을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Q. 1차 크랙 이후에 어떻게 디벨롭 하고 배출하시나요?


A. 1차 크랙 이후에 빈 온도가 내려가지 않게 지속해서 온도를 높이는 편입니다. 자칫하면 베이크드(Baked) 결점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보통 8분에 끝나는 로스팅을 하는 편인데 1차 크랙 이후 짧게는 40~50초, 긴 경우에는 1분 전후의 디벨롭 시간을 가집니다. DTR로 보면 10~13%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때 빈 온도를 기준으로 최대 175도 정도에서 배출하는 편인데요. 1차 크랙 이후 10도 이상으로 온도를 높이지는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더 많이 디벨롭하면 속이 탄 듯한 느낌의 커피가 만들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커핑을 통해서 향미를 맛보고 프로파일을 재조정하게 됩니다.




Q. 로스팅 포인트는 어떻게 설정하시나요?


A. 저는 단맛, 신맛의 적절한 밸런스를 좋아하는데요. 일반인들이 편하게 추출했을 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신맛을 조금은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지금의 로스팅 방식이 아직 아로마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편인데요. 가급적 커피에서 좋은 향을 끌어내는 것이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분쇄향과 추출 이후 커피의 맛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분쇄향 보다는 추출 후 맛을 중심으로 로스팅의 포인트를 결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심병준 로스터가 생각하는 노르딕 로스팅이란?


A. 4년 전쯤 이던가 세계 로스팅 챔피언십에서 크롭스터 프로파일이 공개되었을 때 디벨롭 비율이 아예 없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아마도 1차 크랙이 명확하지 않거나, 진행 중에 배출한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열풍을 높은 비율로 사용하면서 향을 최고로 살리고 강한 열로 슈가 브라우닝을 끌어내지만, 절대적 차원에서 덜 익지는 않았다 싶은 정도의 절묘한 로스팅 포인트를 가진 커피를 노르딕 로스팅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스트롱홀드 S7을 사용해서 노르딕 로스팅 스타일을 시도해봤는데요. 우선 투입 온도를 낮추고, 투입량도 많지 않게 조절했습니다. 그리고 옐로우 시점까지는 화력을 절반만 높여서 사용했는데요. 어느 정도 균일하게 옐로우 상태가 되면 강한 화력으로 조절해서 팝이 터지는 직후나 약 30초 정도의 디벨롭 시간을 가지는 형태로 로스팅을 해봤습니다. 요약하자면 크랙 이후에 짧게 디벨롭하고 배출하기 때문에, 속이 덜 익은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투입 이후 옐로우 단계까지의 시간을 조금 늘리는 형태이죠.




Q. 재배 고도가 높고 밀도가 큰 생두의 로스팅은 어떻게 하시나요?


A. 코스타리카 같은 생두가 밀도도 높고 로스팅하기 까다로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허니 프로세스를 거친 생두라면 쉽게 겉면이 탈 수 있어서 더더욱 어려운 편이죠. 콩이 충분히 물리적으로 팽창하지 않거나, 생두의 내부를 익히기 위해 시간을 주는 과정에서 생두의 겉면이 너무 일찍 경화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내부의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서 떫은 맛이나는데, 홀 빈과 분쇄 후의 색도 차 등을 바탕으로 제대로 익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 빈과 드럼 내부의 온도를 너무 큰 격차로 벌리기보다는, 단계별로 열을 주어서 빈의 온도가 드럼의 온도를 서서히 따라갈 수 있도록 화력을 여러 차례 조절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Q. 다른 로스터와 스트롱홀드 유저들에게 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스페셜티 커피를 로스팅하는 로스터들을 보면 로스팅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더 맛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두의 특성이나 자신이 사용하는 장비에 따라서 로스팅 시간을 더 늘려보는 방식도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초보자들에게도 로스팅에 대한 팁을 드리고 싶은데요. 다양한 생두를 로스팅하다 보면, 자신의 로스팅 머신과 스타일로도 어느 정도 맛있게 표현되는 커피를 찾을 수 있을 텐데요. 우선적으로 해당 생두와 유사성이 있는 생두를 찾아서 로스팅하면, 맛을 표현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로스터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프로파일을 다양한 생두에 맞춰서 변형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요. 그래야만 그 생두만의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오랫동안 로스팅을 해오면서, 자신만의 로스팅 스타일만을 과하게 고집하기보다 로스터들 간의 교류의 폭을 넓혀 다양성을 찾아보는게 더 좋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