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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 원두 추출 가이드

Coffee Explorer 2016. 6. 30. 14:33

공동 구매로 진행했던 원두에 대한 추출 가이드를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어쩌면 커피에 대해서 추출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것은 추출의 다양성을 막거나, 어차피 저마다 추출 상황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가능한 최선을 다해 제가 의도한 생두 - 로스팅 - 추출에 대한 균형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다만 모든 커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미 기간


판매 공지에는 5-14일로 표기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재배 고도와 밀도, 향의 특성을 가진 커피들은 7일 이후에 사용하시기를 가장 권합니다. 로스팅 날짜로 부터 7-15일 정도 지나면서 변화하는 향을 즐기시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저의 추천입니다. 특별히 로스팅 방식과 로스팅 정도로 인한 특성으로 인해 1-5일 차에는 제대로 된 향미를 즐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때로 높은 농도나 지나치게 낮은 수율은 시거나 떫은 맛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추출 이뤄져야만 미디엄 로스팅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원두 별 개성을 살리면서도 마시기에도 적절한 커피가 됩니다.




원두와 물의 비율


자유롭게 추출해서 드셔도 무방하지만, 지금 정도의 미디엄 로스팅에서 어떻게 추출하는지에 따라 매우 훌륭한 커피가 되기도 하지만, 매우 입 맛에 맞지 않는 자극적인 커피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아래의 두 레시피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리오 드리퍼 사용


1. 비빔 방식

원두 14g

물 230g

최종 음료 약 200g

추출 시간 약 1분 45초 내외(1분 35초-2분 20초, 원두/그라인더에 따라 다름)

(부은 물이 완전히 서버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림)


원두를 기준으로 '추출에 사용하는 물의 비율'은 약 16.4:1 입니다.



2. 전통 드립 

원두 18g

물 320g

최종 음료 약 290g

추출 시간 약 2분 20초 내외(2분-3분, 원두/그라인더에 따라 다름)


원두를 기준으로 추출에 사용하는 물의 비율은 약 17.7:1 입니다.




"물을 너무 많이 붓는 거 아니냐"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높은 고도에서 재배된 품질좋은 생두를 '미디엄'으로 로스팅한 커피들은 자칫 너무 산미가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자극성들은 물과 원두의 비율이 적절치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20g의 원두를 가지고 커피를 50-60g만 추출한 후에 다시 60-80g의 물로 희석하는 방식을 사용하시는 것이 아니라면, 원두와 물의 비율을 최소한 15:1 이상, 가능하면 16~18:1 정도로 부어서 추출해주세요.


그러기 위해서 2-3회차에 걸쳐 물을 조금씩 부어서 추출하시는 분은 기존의 방식에 비해 해당량의 물을 붓고 총 추출에 3분이 넘지 않는 선까지 분쇄도를 적절히 크게 바꾸셔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물 바다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괜찮으니 그냥 부으세요) 물을 한 두 번에 대량으로 붓는 방식은 분쇄도를 상대적으로 작게 하셔야 합니다.




분쇄도


분쇄도를 가이드 하려는 것만큼 어렵고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만 저의 추출 상황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가정용 엔코 그라인더로 저는 28단계를 사용합니다. 다만 엔코 그라인더 역시 내부에서 분쇄도를 별도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분쇄도는 아마도 제품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설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분쇄 후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그러나 사용하시는 그라인더 별로 입자의 분포도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저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쌀을 기준으로 왼쪽은 제가 비빔 커피(?)를 위하 코만단테로 분쇄한 것이고, 오른 쪽은 전통적 드립 방식으로 추출하기 위해 엔코 그라인더로 분쇄한 것입니다.



엔코 그라인더로 분쇄한 원두만 다시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두껍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요. 작은 입자들도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 온도


추출에 사용할 물의 온도는 92.5-93.5도 입니다.


별도의 전기 주전자에 물을 끓인 후에 호소구치 스타일의 700ml 주전자에 옮겨 담았습니다. 오늘 저희 집 실내온도가 28도 정도인데요. '식어있는' 주전자에 물을 부으니 직후의 온도는 95-96도 입니다. 그리고 1분이 지나기도 전에 물 온도가 93도로 식었습니다.


따로 끓은 물을 서버에 담았다가 다시 주전자로 옮겨 담는 경우 물 온도가 생각보다 많이 낮을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온도계를 사용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 있으시다면 너무 물을 식히지 말고 곧장 추출하셔도 됩니다.




농도


전문적인 측정 장비로는 TDS 1.25%를 목표로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아마도 가지고 계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위에 설명한 추출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은 채도, 투명도를 갖는 커피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서버의 배경에 어떤 것이 있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데요. 배경 색에 유의하시면서 한번 아래 사진을 보세요. 사진은 적정한 보정을 통해 원래의 상황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흰색 배경에서 보면 약간 붉은 느낌도 듭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번 가이드는 이번 공동 구매의 원두를 위한 추출 가이드일 뿐, 모든 커피에 해당하는 방식은 아닐 수 있습니다. 부디 7일 차 이후부터 가이드 방법을 참고해서 즐거운 커피 생활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