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를 말하다

커피의 맛을 비유로 말하다.

Coffee Explorer 2016. 5. 21. 19:06

독특한 향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기호 식품은 커피 외에도 와인을 손에 꼽을 수 있을 텐데요. 둘 다 음식이 아닌 음료다 보니 맛과 향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체계와 단어에는 공유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신의 물방울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와인과 관련해서 많은 사람이 ‘신의 물방울’이라는 일본의 만화를 화두로 삼습니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와인에 표현들은 그야말로 하나 하나가 소설과 같은데요. 와인을 표현하기 위한 설명들이 너무 지나친 미사여구로 가득해있어서 한 때 그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에 심취해서 즐겼던 사람들도, 이제는 허황된 향미 표현의 대표적인 예시로 이 만화를 이야기합니다.


이런 영향이 커피 업계에 없는 것은 아니어서, 신의 물방울에서 나오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절한 비유와 은유를 사용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맛과 향은 달라요

전문가들을 커피의 맛을 이야기할 때 맛과 향을 구분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하죠? 물론 이것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단/쓴/신/짠/감칠맛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경험은 향에서 비롯합니다.


영어 중에 맛과 향을 포괄하는 단어로는 ‘Flavor’가 있는데요. 사실 이 표현을 한국어로 번역할 적절한 단어는 마땅치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향미’라는 단어는 맛과 향을 포함하지만, 김치찌개 같은 음식을 표현하기에는 그 어감이 적절치 않습니다. 어쩌면 엄격히 맛과 향의 구분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일상화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음식이 주는 관능적 경험을 그냥 일상에서는 ‘맛’이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꼭 맛과 향으로만 표현해야 하는가?

어떤 전문가는 커피를 이야기하며 비유와 은유를 내려놓고 맛과 향을 위주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커피의 맛과 향을 이야기하면서 반드시 객관적인 요소만으로 표현해야 할까요? 사실 관능적인 부분에서 애초에 객관이란 것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음료를 마실 때 그 안에 함유된 성분이 무엇이건 우리가 맛과 향으로 기억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뇌가 미각, 후각, 촉각, 청각 등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신호를 ‘뇌가 해석하고 기억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분=맛’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커피가 놓인 상황 자체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과학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다 포괄적으로 보자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 주문하고 커피를 기다려서 커피를 마시고, 문을 닫고 나오는 일련의 과정 전체의 ‘경험’이 커피의 맛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경험까지도 맛이다”




객관적 맛보기는 가능하다!

물론 맛이라는 주관적인 영역을 객관화하는 방법들도 존재합니다. 커피 업계는 객관적으로 커피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 ‘커핑’이라는 체계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사전에 해당 방법과 관능 평가에 대한 기본 교육을 이수한(캘리브레이션이 된) 사람들이 기록을 이용해서 서로의 의견을 비교할 경우 상당히 일치된 의견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주관적 영역의 향미를 객관화하는 방법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긴 하죠.


그런데도 저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주관적으로 맛과 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에 긍정하는 편입니다. 사실 ‘신의 물방울’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아닙니다. 가령 커피 맛의 세계를 너무 추상적으로 만들어버려서 맛의 실체에 실망하는 일이 생긴다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릅니다. 커피 맛에 대한 비유적 표현들은 우리의 커피 생활을 보다 낭만적이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T.P.O (Time, Place, Occasion)

물론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와 장소, 상황이 있기 마련입니다. 커피 생두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자리에서는 맛과 향 자체만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해야 하겠죠. 그렇지 않은 자리에서라면 신의 물방울 흉내를 내면 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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