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를 말하다

아메리카노를 말하다

Coffee Explorer 2016. 4. 28. 02:12

어떤 거로 드시겠어요?

메뉴판 앞에 있는 우리를 갈등하게 하는 바리스타의 질문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며 눈을 이리로 저리로 옮겨 보지만 딱히 무엇을 골라야 할지 잘 모르는 순간들이 있죠.




그냥 아메리카노 주세요.


"아메리카노 주세요"도 아니고 "그냥 아메리카노 주세요"라니.. 사람들에게 아메리카노는 어떤 의미이길래 그런 것일까요?


한국 카페들의 판매 통계를 살펴봤을 때 가장 많이 판매되는 메뉴로 꼽히는 것은 아메리카노(Americano)입니다. 매장의 위치나 컨셉, 계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국 카페에서 아메리카노가 전체 판매량의 50%를 웃돕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전체 매출의 85%까지 차지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니 한국 사람의 커피와 아메리카노를 떼어놓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저마다 "나는 커피 맛 잘 몰라"라고 얘기하면서도 왜 하필 아메리카노였을까요? 차라리 우유의 단맛과 풍성한 유지방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카페라떼가 과거에는 소위 '커알못(커피알지못하는사람)'들의 메뉴였을 텐데요. 적절히 설탕을 넣으면 맥심커피와 가장 비슷한 밸런스로 만들어지니깐 말이죠. 그러나 요즘에는 커알못들 조차도 다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을 보면 아메리카노에는 분명 특별한 매력과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강남구청역 인근 그린마일커피에서


사람들은 왜 커피를 마실까?


가장 먼저 '사람들은 커피를 왜 마실까?'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은 '커피를 제공한다'는 것에 대해 커피 제조 행위 자체에만 시야가 매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커피 한 잔'에 담긴 의미는 저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시간

많은 사람은 '커피를 마신다'라는 것을 '음료 섭취 행위'보다는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거나 분위기 있는 편안한 공간에서 마음을 평온케 하는 향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오래전  부터 카페 문화를 지탱해온 것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둘. 입가심을 위한 디저트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식문화 속에 디저트는 있기 마련입니다. 강한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문화에서는 식후에 입안에 남아있는 느낌을 덜어내기 위해서 디저트가 더욱 발달하곤 합니다. 한국에서는 회사원들이 식사 후에 테이크 아웃 매장을 이용해서 커피를 사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기능적으로 커피를 통해 입가심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동양 식문화에서 숭늉의 역할이 현대에서 커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셋. 청량감을 위한 음료

특히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해당하는 이야기겠죠. 한국에는 4계절이 있긴 하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는 이제 1년 2계절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4계절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장 즐겨 찾는 사람이 많은데요. 1년의 절반이 여름에 가까운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요즘, 시원함/청량감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앞으로도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넷. 카페인을 위해서

기능적으로 카페인이 필요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많은 수는 원두 커피보다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실 겁니다. 그러나 커피의 맛과 향보다는 카페인 복용을 위해 커피를 가볍게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최근 저가 커피 브랜드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인데요. 비록 그런 브랜드의 절대적 커피 품질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이 원하는 카페인 복용에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다섯. 맛과 향의 즐거움을 위한

커피 애호가 중의 애호가는 맛과 향 자체를 목적으로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들입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이런 사람들만이 아는 암호같은 단어들) 커피에서만 나오는 독특한 향기가 좋아서 커피를 마시죠. 과연 이러한 만족을 충분히 줄 수 있는 커피숍이 한국에 몇 개나 될까 싶긴한데, 지금의 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이런 커피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여섯. 라이프 스타일

커피보다는 해당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재미와 분위기가 좋아서 그것을 누리는 여가 때문에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 대부분은 대형 체인점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작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할텐데요. 주중의 치열했던 일상의 어려움들을 이런 여가로 풀어가거나, 작은 즐거움으로 여기는 것이죠.


물론 정확하게 제가 위에 나열한 어느 하나의 이유만으로 커피를 드시는 일은 많지 않을겁니다. 대부분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로 커피를 마시게 되었고 어느 순간 습관처럼 매일 커피를 마시고 있지 않을까요?






광화문 도렴빌딩 지하에 있는 홀드미커피(HoldMeCoffee)에서


왜 하필 아메리카노일까?


분명 2000년 초기에 사람들은 아메리카노 보다는 설탕 시럽을 적절하게 첨가한 카페라떼,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달달한 캐러멜 마끼아또에 익숙했습니다. 왜 우리의 선호는 어느덧 '그냥 아메리카노'를 찾는데 다다른 것일까요?


하나. 가격에서 이유를 찾다.

한국에 현대적 스타일의 카페가 자리잡아 시기에는 분명 마시는 커피의 종류보다는 그저 한 잔 가격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던 때도 있었을겁니다.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경제적 여유는 생기는데 지인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가격 지불이라면 겨우 500원이지만 좀 더 저렴한 가격은 나름의 매리트가 있었겠죠. 게다가 이미 커피의 적절한 강한/쓴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혀는 아메리카노에 좀 더 허용적으로 변해갔을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닮기 원하는 미쿡! 스타일의 커피인 아메리카노(Americano)니깐 말입니다.


둘. 건강/다이어트에서 찾다.

건강을 위해 우유가 들어간 메뉴를 가급적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물론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죠. 그렇지만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분해효소 결핍증 환자들도 커피를 마시며 자신의 몸에 대해 정확히 알아가기 시작 했을테구요. 그 외에도 다이어트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사실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10kcal에서 30kcal정도인데요. 우리 몸은 아메리카노를 소화하기 위해 일정 칼로리를 소모하다 보니 아메리카노는 사실상 0kcal에 가까운 음료인 것이죠.


셋. 맛에서 찾다.

아메리카노의 맛을 진정으로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이물질이 최소화된 아메리카노는 맛이 가장 깔끔하고 마시기 적정한 농도여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한번 익숙해진 아메리카노의 맛은 마법처럼 사람들의 입 맛을 사로잡아 버렸고 이제는 아메리카노이기 때문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달까요.



명칭이야 어찌되었든 에스프레소에 물을 적절히 희석한 이 커피 메뉴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메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메리카노라고하는 명칭이 모든 나라에서 통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한국보다 커피 문화가 조금 더 발달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호주권에서는 커피를 단순하게 블랙(Black)과 화이트(White)로만 나누기도 합니다.


블랙 커피는 그냥 원두를 재료로만 만들어진 커피라면, 화이트 커피는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의 메뉴를 말하는 것이죠. 블랙 커피는 추출에 사용한 도구에 따라서 메탈 필터(Metal Filter)와 페이퍼 필터(Paper Filter) 커피로도 나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말하는 아메리카노와 가장 가까운 커피는 그냥 블랙커피거나 롱블랙 혹은 메탈 필터 커피가 아닐까 합니다.






아! 아메리카노의 미래여-

그러나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사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서 물로 희석한 아메리카노는 어쩌면 원두가 가진 고유의 맛을 추출하는 최고의 커피 음료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에스프레소는 그 고유의 맛과 향으로서 충분히 인상적이긴 한테 아무래도 물에 희석되고 난 커피들은 좀 힘이 빠진 애매한 커피랄까요? 같은 원두를 일반적인 브루잉(Brewing)으로 내렸을 때 살아나는 향기의 강도와 맛의 깔끔함은 아메리카노가 따라오기 어려워요.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메리카노가 쉽게 한국 사람들의 선호 우선 순위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에스프레소 머신이 가져다 주는 빠름과 편의는 상업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하는 카페에 있어서 적절한 대안적 추출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카페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아메리카노가 효자 메뉴이긴 합니다. 만들기에 간편하고 원자재 비용이 상당히 저렴하기 때문이죠.


그럴리야 없겠지만 한국의 부동산이 급격히 제도를 개혁해서 현재의 임대료를 절반으로 줄이고, 카페 역시 훨씬 적은 고객을 여유롭게 상대해도 된다면야 현재의 아메리카노 바람이 조금은 사그라지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그럴리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글을 끝맺으며 아메리카노를 몹시나 좋아한다는 뮤지션의 노래 가사가 떠오릅니다.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아메리카노 진해 진해 진해-'

이왕이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시원하게 마시기는 좋지 말입니다-


커피를 말하다. 아메리카노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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