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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 줄

커피찾는남자 커피찾는남자 2016.03.14 22:44


가만히 놓아두고 바라보고 있으면 겉면에 반지르 빛을 내는 것은 적절한 광택과 두께의 김에 참기름이 제대로 발라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길게 누릴 수 없는 것은 참기름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향 때문인데 이때 올라오는 향을 맡아보면 이 집이 재료에 대한 신경을 얼마나 쓰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한 입에 김밥을 넣고 씹기 시작하면 밥의 질감이 먼저 느껴진다. 김밥에 들어가는 쌀밥은 보통 고들하게 익힌 편인데, 질게 지은 것은 김밥에 적절하지 않다. 식을 때 과한 찰기를 만들어 식감을 떨어뜨리고 겉을 두른 김을 눅눅하게 만든다.


김밥을 씹을 때 가장 먼저 임팩트를 주는 것은 단무지의 질감이다. 보통은 김밥 속에서 가장 단단한 재료이기 때문에 이 녀석을 적절하게 분쇄해야만 다른 재료들도 씹을 수 있고, 그 이후에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으니 통과해야할 중요한 첫 관문인 셈이다.


당신은 단무지 없는 김밥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것은 앙꼬없는 찐빵만큼이나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단무지는 아삭한 식감이 중요한데 그 식감을 위해 과하게 첨가제를 넣는 경우가 많다. 첨가제 없이 식감을 재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단무지를 좋아한다면 첨가제에 대해서는 모른 척해주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 감아 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단무지 맛의 밸런스. 신맛과 짠맛의 간이 미묘하게 경쟁을 하는 상태에서 아삭한 식감을 통해 혀로 전해질 때라야 진정한 단무지라 할 수 있다. 간이 엉성한 단무지는 죄악에 가깝다. 단무지의 시큼 짭짤한 맛이 입을 자극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다른 재료들이 맛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단무지는 물이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미식을 위한 김밥은 반드시 충분히 물기를 제거한 상태여야 한다.


이곳의 당근은 기름에 살짝 볶으면서 소금으로 간을 하며 참기름을 살짝 두루고 다시 식혀둔 것인데, 그 생당근의 질감이 슬쩍 사라지는 타이밍까지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힐 때 녹듯이 없어지는 당근에는 놀랍게도 소시지와 닮은 중간 무게감의 미묘한 맛이 숨어 있다. 그래서 이 곳의 김밥은 소시지를 포함하지 않은 대신 당근을 충분히 넣었다.


이어서 계란의 포근한 단맛이 혀를 감싼다. 흰자와 노른자를 섞을 때 들어간 공기와 강하지 않은 불, 많지 않은 기름이 계란에 힘을 불어넣어서 단맛과 부드러움을 살린다. 형태는 조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김밥천국 등에서 사용하는 계란은 외부에서 사온 것이 많아서 질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네모 반듯한 계란이 들어가있는 편이 많다.


계란의 맛이 충분히 느껴질 즈음 치아를 긴장시키는 쫀득함을 만난다면 그것은 어묵이다. 어묵은 충분히 씹을 때에도 감칠 맛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김밥에서 효자의 역할을 하는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묵을 두어번 씹을 때 쯤 질겅하며 시금치가 씹힌다. 시금치는 김밥에서 상당히 번거로운 재료 중 하나다. 깨끗이 씻고 살짝 데친 후 물기를 빼며 깨소금, 마늘에 절였다가 김밥에 넣게 된다. 질기지는 않지만 개별의 두께가 얇기 때문에 김밥을 먹을 때 마지막까지 입에 씹히기 된다.


이제서야 김밥 위에 올려둔 틈틈이 볶은 깨가 입 안에 씹히면서 고소한 풍미를 돋운다. 가장 외부에 있던 깨가 미식의 중후반 부에 다다라서야 그 준비됨을 표현하는데 신선하게 갓볶은 참깨라면 마지막 한 입까지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먼저된 자가 나중된다는 성경의 이야기가 여기에도 꼭 들어맞을지 모른다.


긴 기다림의 끝, 전체의 김밥 재료가 입 안에서 고루 섞이며 맛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 때 느껴지는 소금의 간이 적절해야 이 김밥은 간이 좋다 하겠다.


(집 앞 가게에서 김밥 한 줄을 먹는 식간 15분 동안 머릿 속에 든 생각을 표현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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