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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서비스업 노동자, 최저임금 논의를 넘어서

커피찾는남자 커피찾는남자 2016.02.10 02:51

최저임금제란 무엇인가?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 UN의 사회권 규약에 가입했습니다. 비준한 조약은 국내법적 지위를 가진다는 헌법 제6조2항에 따라 이미 사회권규약 제7조에서 노동자와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는 생활급 수준의 최저임금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국가의 법적 의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제협약에 가입했기에 국제적 의무가 있다는 사실보다 보편적 인류가 합의하고 지향하는 가치가 이렇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정최저시급을 위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은 시간제/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는 실질임금과 다름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삶과 직접 연관된 중요한 쟁점이 되어왔습니다.[각주:1]



세계인권선언 중 최저임금 관련 내용

모든 노동자는 자신과 가족이 인간의 존엄에 적합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고, 나아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사회적 보호수단에 의해 보충받을 권리를 가진다.

- 세계인권선언(제23조)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

1948년 UN은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을 시작으로 1966년 경제적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을 제정했는데, 제7조에서 국가는 최소한 공정한 임금, 동등가치노동 동등보수, 노동자와 그 가족의 품위 있는 생활을 보장하는 임금을 모든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이 조항을 해설하면서 "어느 나라에 최저임금제도가 있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그 임금이 노동자와 가족들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수준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최저임금 주면 끝인가?

원칙적으로 최저임금을 맞춰서 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이 칭찬 받을 일은 결코 아닙니다. 최저수준 이상의 급여를 주라고 법적으로 정해둔 하한선이 실질적 임금으로 정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참 안타까울 뿐이죠. 물론 최저임금을 지급한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우리가 도덕적으로 사회 속에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충분히 가한 일일 것입니다. 충분히 탄탄한 사업체가 겨우 최저임금을 맞춰서 준다면 이는 도리어 지탄 받아야 할 일일 것입니다.




2016년 최저임금과 바리스타 평균 급여

 [각주:2]

2015년 10월 21일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종 공시한 201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시 1,260,270원 (주 40시간제의 경우)에 달합니다. 1,260,270원이라는 금액은 1년(365일)에서 평균적으로 일요일로 정해지는 51.5회를 뺀 313.5일을 12개월로 다시 나눈 월 평균 근무일 26.125일을 계산한 것입니다. 해당 도표는 주휴수당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 지급액은 이보다 더 높아집니다.
주휴 수당 관련 링크


커피 관련 미디어인 블랙워터이슈가 조사한 2015 대한민국 바리스타 인덱스(표본집단 755명)에 의하면 바리스타의 시급평균은 6,399원으로 최저시급을 약간 우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당 자료의 원문에서 표기된 바와 같이 "근로 계약상 초과근무를 하고 있으나 월단위 급여 외 초과근무분에 대한 별도의 인건비가 지급되고 있지 않음이 수치적으로 표현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각주:3]


이는 한 업계의 평균 급여가 최저임금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은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적용 제외/예외 상황

최저임금 적용의 예외 (「최저임금법」 제3조제1항 단서, 제3조제2항,제5조제3항, 제7조 및 「최저임금법 시행령」제4조, 제6조)

-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 가사(家事)사용인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과 선원을 사용하는 선박의 소유자

-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가 근로자가 하려는 일을 하는데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

-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로서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최저임금의 감액 적용

- 수습 사용 중에 있는 자로서 수습 사용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자(1년 미만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는 제외)에 대하여는 시간급 최저임금액의 10%를 감한 금액을 시간급 최저임금액으로 합니다(「최저임금법」 제5조제2항제1호,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3조제1항).

-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자에 대하여는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최저임금법」 제5조제2항제2호).


이런 상황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주는 것은 범법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최저임금법 전문 보기






최저임금 논의를 넘어서

앞서 이야기 했듯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법적 장치일 뿐, 가능하다면 최저임금을 넘어서서 정의와 도덕에 대한 관점으로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수익모델이 갖는 지속가능성의 이슈를 넘어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질문까지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찾는남자를 일정 부분 대안 미디어로 사용하고 있으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보다는, 가능하면 관점을 가지고 주장을 담아내야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우선 "우리 사회는 어떤 가치와 노동에 보다 많은 포상을 해야할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법조인이나 의료인에 비해 얼마만큼의 경제적 포상을 하는 것이 옳을까?", "실패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창업을 한 사람은 피고용인에 비해 얼마나 많은 포상을 받아도 괜찮을까?" 등등 다양한 질문들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를 최고의 규범적 가치로 평가하고 지지하는 신자유주의 조차도 자유시장이 유익하게 작동할 수 없는 경우 경제행위를 관리하는 다른 수단(예컨대 정부)들에 의지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를 볼 때, 단지 상호가 합의한 계약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은 사회 속의 임금 문제를 대할 때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노동에 대한 차등적 대우에 대한 고민

정치 철학의 관점에서 이런 문제들을 접근해볼 수 있을텐데요. 자유 지상주의자들은 그것이 노동자가 임금을 자유롭게 교환했는지 여부 달렸다고 한다면, 존 롤스는 합의 당시 양측이 공정한 주변 여건 속에서 자유롭게 교환되었다면 정당하다고 답할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적 사고는 합의를 넘어 구조적 강압에 의하지 않고, 노동자의 본성에 맞도록 일들이 재조정되어야만 합당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한편, 칸트는 경제 사정 속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넘어, 우리의 특정 이해관계와 이점이 없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내릴 선택에 기초해서 답을 구하려고 할 것입니다.[각주:4]


우리 사회/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와 자세가 오늘날의 정치와 현행법 안에 어느 정도 담겨 있다면, 이런 내용들은 치열한 고민과 합의, 정치를 통해 개선되고 변해갈 것입니다. 가령 북유럽 혹은 호주권에서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은 물론 경제적 보상 역시 타 직군에 비해 큰 차이를 갖지 않는 것은 '수익 모델' 차원에서의 답이라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사회가 지향하는 복지와 경제 시스템 속에 답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복지와 적극적 정부를 주장하기 어렵겠죠. 그렇기 때문에 현상적인 문제에 가까운 수익모델과 부동산법 등에서 우선적으로 진단하는데 그치기 쉽습니다. 부동산법을 현상적인 진단이라고 표현한 것은 토지 정의에 의문을 갖고 제도를 급진적으로 개혁한 경우가 역사 가운데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바리스타로 돌아가서

한국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갖는 합의된 룰에 속하는 시장 경제와 시장을 규제하는 정부의 역할에 큰 영향을 받을 것 입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 기이한 수준의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과 이런 사회를 만들어온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 실업의 대안으로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떠밀린 창업을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말해온 내용들이니 최근에 발행했던 아래의 글을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커피숍 창업 3_하지 말아야 하는 7가지 이유

현재의 종합적 상황에서 한가지 좀 더 날선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일반 음식점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서빙하는 직군에 비해 바리스타는 얼마나 차등해서 급여를 받아야 할까요? 실제 김밥천국 등의 음식점 주방에서 근무하는 일들은 바리스타보다 훨씬 버티기 어려운 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물론 모든 직군이 노동의 육체적 강도로만 급여 기준을 책정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개개인이 실력을 키워서 더 많이 받아가라는 실력주의/능력주의를 주장할 수 있지만, 특출한 누군가가 과연 얼마나 더 많은 포상을 받아갈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상당한 정치철학자들은 스스로 노력한 실력마저도, 능력도 임의의 요소에 해당하기 때문에 포상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아니어야 한다 주장하기도 합니다.(자세한 내용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조금 더 심도있게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화이트 컬러로 불리는 사무직의 경우 사회가 요구하는 학력이나, 필요로 하는 능력을 습득하는데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직군, 사회적으로 금전적 어려움이 있을 경우 공동체의 정의를 흔들 수 있는 법조계 등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차등해서 포상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 지점에서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합의,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하지 않았음에 기반한 경제적 재분배, 재능있는 자들에 대한 포상,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그들이 경제적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책임, 공동체가 지향하고 미덕으로 장려하려고 고민하는 지점 등등 많은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으로써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삶과 적극적 복지와 재분배를 우리 사회가 합의하고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 한, 애석하게도 피고용 바리스타들이 받는 급여가 급진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이런 모든 상황들까지 고민하는 가운데 내릴 수 있는 적정선의 바리스타 급여는 사실 누구도 명확하게 수치로 진단을 할 수 없습니다. 근로 기준법을 어기는 경우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고발 조치하고, 경우에 따라 법의 기준에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조심스러운 담론을 가지고 근로와 임금 정의에 대한 도덕적 고민을 담아 낼 수 있을 것 입니다.






마무리하며

사회 문제를 놓고 정의를 고민할 때 "무엇이 옳으냐?"라는 질문에는 곧장 답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라며 잔가지들을 쳐내다보면 답에 까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바리스타의 처우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한 두 줄로 정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잘못된 상황들 하나둘 나열하다 보면 나머지들의 범주 안에서 어느 정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가지 확실하게 주장하고 싶은 것은 오늘날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들의 숙련도와 노동 강도 등을 고민해볼때, 적어도 이들이 받는 실질적 지급액은 최저임금과 상당한 차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이들의 급여 수준에도 차등이 일부 존재하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너무 어려운 이 주제에 대한 글은 여기에서 마치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지난 2주간 어려운 문제인 바리스타의 급여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대한 여러 관점을 녹여가며 고민하고 몇 권의 책을 다시 읽어왔습니다. 현재까지의 고민을 담아 이 글을 썼지만 추후에 다시 고민의 깊이를 더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원활한 사업을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나는 고용자로써 법적인 책임을 넘어 충분히 고용자들을 대우하고 있는가?' 고민해볼 수있는 작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3667 [본문으로]
  2. http://www.minimumwage.go.kr/board/boardView.jsp?bbsType=ST&BULLETIN_ID=3037 [본문으로]
  3. http://bwissue.com/coffeestory/153485 [본문으로]
  4. Michael J. Sandel, Justice, p252, p26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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