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내가 만든 핸드드립 커피는 왜 맛이 없을까_1

Coffee Explorer 2016. 1. 15. 22:38

누군가는 집에서 만든 커피가 제일 맛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을 간혹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홈카페의 누군가를 위해 작성되었다. 우리가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드립 주전자이 물을 70-80% 정도 채우면 물은 약 500-600g 정도. 실제로 한 잔의 커피를 위해 15g의 원두를 사용해서 16:1의 비율로 커피를 내린다면 사용하는 이때 물은 240g 정도다.





생수로 커피를 내려볼까


필자의 집에는 아직 직수형 정수기가 없다. 한동안은 큰 통을 이용해서 서울시 아리수를 받아놓고 하루 정도가 지나 염소가 휘발하고 나면 커피를 내리는데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이게 귀찮던 시기에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왔는데 그게 약간의 화근이었다.


1-2 리터 단위로 가격이 책정되는 물을 사다 보니 커피를 내리는데 사용하는 물에도 계산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 끓고 나서 다시 식기를 반복하다 보면 물에 녹아있는 산소가 증발하기 때문에, 물을 아끼기 위해 전기 포트에 물을 끓일 때 커피 한 잔을 위한 양 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드립 주전자에 들어간 물은 약 250g, 끓고 있는 물을 부었지만 온도는 금새 내려갔고 약 92℃가 되었을 때 커피에 물을 붓기 시작했다. 곧 커피 추출은 끝이 났고 맛을 보았다. 그런데 왜일까- 맛이 없다. 엄격히 온도계를 사용해서 추출을 시작하는 온도를 조절했고 수돗물 대신 생수를 사용했는데 이상하게 커피 맛은 더 없다니!




드립 주전자에 담긴 물의 온도가 빨리 내려간게 문제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충분히 넣고 드립을 시작한 경우 커피 추출이 끝나고 나도 온도 하락은 3-4 내외라면, 250-300g 수준의 물을 붓고 커피를 내리는 동안 주전자의 물이 점점 줄어들면서 마지막 물을 붓는 1분 40초 경에는 무려 84 까지 떨어졌다. 온도계를 상시 꽂아두기 위해 뚜껑을 열고 드립을 했을 경우는 82℃까지 떨어지니 시작 시의 온도와 비교하면 무려 10℃차이. (실내온도 20℃, 습도 40%)



주전자에 물을 충분히 채운 상태에서 드립을 했을 때와 추출된 커피 맛의 차이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차이였다. 오히려 떨어지는 물의 온도가 추출 후반의 과다추출을 줄이는데 도움된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떨어지는 물의 온도는 적정 수준으로 커피를 추출하기 어렵다. (물론 어떤 생수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성분에 의한 추출도와 관능적 특징이 다를 수 있음)


유독 집에서 내리는 커피의 맛이 좋지 않다면 드립을 시작할 때의 온도는 물론 끝났을 때의 물의 온도를 한번 의심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당신이 최소한 커피 맛을 드라마틱하게 망치지는 않는 수준의 드립 기술을 가졌다면, 커피 맛에 더 지대한 영향은 원두와 그라인더일 것이다. 그러나 그라인더 같은 장비가 전문 카페에 비해 좋을 수는 없으니 이런 이야기는 다음에..




오늘의 결론은 매우 단순하다.

드립 주전자에 물을 충분히 채워야 한다. 가능하면 뚜껑 닫는 것도 잊지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