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커피 트랜드, 고수율 커피에 대하여

Coffee Explorer 2015. 10. 30. 18:34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커피의 98% 이상은 물입니다. 1잔의 커피를 위해 20g의 커피를 사용한다면 커피가 가지는 강렬한 성분 중의 극소수가 물에 의해 추출되어서 그토록 진한 커피 향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커피 추출에 있어 수율은 20g의 커피 중 몇 g의 성분이 씻겨 나갔는가를 말하는 것이지, '20g의 커피를 200g의 물로 추출했다'는 레시피를 말하지 않습니다. 똑같이 20g의 원두와 200g의 물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수율은 추출 상황에 따라 저마다 다르기 마련입니다.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율의 커피를 판매하는 경향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유통되는 생두의 퀄리티가 좋지 않았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점두가 포함되어 있거나 결점은 아니라더라도 퀄리티가 떨어지는 원두는 수율을 높일 경우 커피 맛이 너무 좋지 않아서 낮은 수율을 많이들 사용하게 된 게 아닐까 합니다.





지구온난화 등을 비롯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두의 재배고도 상승, 밀도 향상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커피의 향미는 강해지고, 깨끗해지는 추세인데요. 각종 커피 도구의 개발과 연구를 통해 그 어떤 시대보다 우리가 누리는 커피의 퀄리티는 대단히 뛰어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수율 커피는 더이상 부정적인 뉘앙스를 강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충분한 추출이 가져오는 단맛을 통해 산미를 어느 정도 마스킹할 수 있는데요.


덕분에 로스팅 포인트는 낮춰서 향미의 강도는 증가시키고, 단맛을 증가시켜서 자극성을 상쇄하는 고수율 커피의 트랜드가 서구권 국가의 커피 문화에서 먼저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수율의 현격한 차이는 맛에 있어서도 상당히 드라마틱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물론 나라별 식문화에 의한 선호하는 맛과 그 맛을 만들기 위한 수율, 농도가 분명 존재하긴 할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한국인은 이런 걸 좋아해'라고 고정하기 보다는 새로운 시도와 트랜드에 대해 좀 더 공부하며 판단을 유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홈카페에서의 고수율 커피로 이야기를 전환해볼까요. 홈카페에서는 고수율은 커녕 원두대비 추출수의 비율(아시겠지만 이것이 곧 수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을 1:14~16 을 잡기에 버거운 상황들이 비일비재합니다. 15g의 원두를 사용해서 푸어오버를 하다보면 어느새 드리퍼는 물이 가득 채워져있고 물이 더이상 내려가지 않아 마음을 졸이다 보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하리오 드리퍼로 2분 30초의 추출 시간을 넘기기 일쑤니까요.





추출시간을 앞당기려고 분쇄도를 좀 더 크게 바꾸며 다시 커피를 내려보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까지 분쇄도를 크게 맞춰야되나? 그 카페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던데...' 생각하게 됩니다. 더구나 2분이라는 시간을 맞추기는 했는데 추출의 밸런스가 완전히 깨진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 맛은 심심하거나 기이한 자극적인 맛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이것은 결국 가정용 그라인더를 상업용 그라인더로 교체할 때까지 계속해서 벌어집니다. 에스프레소 추출에서 가정 그라인더의 수율은 한계가 명확하고, 브루잉에서는 고수율의 추출은 어렵지 않지만 과도한 미분 밸런스로 인해 관능적으로 좋은 맛은 얻기가 어려워 집니다. 이런 경우에 Stirring을 이용한 추출 외에는 답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가정에서 고수율 커피를 내려보기 위해서 채를 이용한 방법을 약 2-3년 전부터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20g의 원두를 갈아서 15g이 될 때까지 채를 통해 걸러주고 채를 투과하는 미분은 대형 하리오 드리퍼로 받아서 따로 모아줍니다. 채의 구멍 크기에 따라 더 많은 양의 미분을 걸러낼 수 있지만 경제적 효용을 고려해 채를 통해서 걸러내는 커피는 5g/20g, 75% 정도를 남깁니다.


제가 집에서 사용하는 엔코 그라인더로 일반 추출에 비해 채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미분의 제거로 인해 추출 속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엔코 그라인더의 경우 2-3단계 분쇄도를 줄여서 분쇄도를 좀 더 줄여서 추출 속도를 제어하는 편입니다.






채로 걸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좀 더 미세한 입자의 원두 15g을 가지고 드립을 할 때에 평소보다 조금 높은 온도의 추출수를 사용해서 수율 향상을 시킵니다. 미분의 양이 큰 비율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기본 추출 방식이 가져왔던 미분의 의한 부분적 과다추출이 현저히 줄어들어서 높은 온도의 물을 부어도 맛은 훨씬 더 깔끔하고 부드럽고, 진득한 무게를 가집니다.




알레그리아 커피로스터스(커먼그라운드점)에서


최근 5년의 스페셜티 커피가 시도해온 현재의 맛과 향의 다양함은 대중의 입맛과 상당히 거리를 띄우고 있는데, 고수율 커피는 이런 문제에 어느 정도 답을 줄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류연주 바리스타의 경우 채를 이용한 방법에 미분은 따로 모아서 침출식으로 커피를 내리고 이를 통해서 입자 크기별 추출을 통해, 사용하는 원두 대비 최종적인 향미 수율을 크게 높이는 방법으로 지난 대회 때 시연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고수율 커피에 있어서 더 높은 등급의 생두를 선/후 핸드픽을 통해 결점을 완전히 제거하고, 맛의 통제는 생두의 종류, 로스팅 포인트와 사용하는 물의 특성을 통해서 잡아내는 것이 최근 고수율 커피에 대한 결론적인 생각들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어떤 분들께는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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