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도구

동포트는 그냥 간지템일뿐.

Coffee Explorer 2015. 9. 10. 23:46

어느 영역이든 취미를 갖게 되면 갖고 싶은 아이템이 한 두개는 있기 마련입니다.


커피 핸드드립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아이템 중 하나는 바로 동포트가 아닌가 합니다. 사실 동포트는 그 자체로 색상과 광택이 뛰어나서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동포트 제작사의 잘못된 마케팅과 동포트 예찬론자의 과한 예찬이, 긴 시간 동포트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조사는 물론 많은 블로그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자주 봐오셨을텐데요. '열전도도가 높기 때문에 온도가 잘 유지된다'라는 논리입니다. 직년에 있었던 어떤 커피 전시회에서 만났던 동포트 제조사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열전도도가 높은거랑 온도 유지가 잘 되는거랑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는데 설명을 좀 해주세요"라고 물었더니 되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그냥 그런거다- 직접 실험을 해봐라"





이제는 좀 동포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았으면 합니다.


열전도도가 높아서 동포트는 빨리 물의 온도를 떨어 뜨린다.


우선 '열전도'는 주로 고체에서 고온부에서 저온부로 연속적으로 전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열전도가 높다는 것은 열을 빨리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으로 만든 커피 포트에 뜨거운 물을 부었을 경우, 빠른 시간 안에 물이 가진 열이 동포트로 이동하면서 물의 온도가 빠르게 내려갑니다. 따라서 극초기에 스테인레스 포트에 비해 동포트는 빠른 시간 안에 커피를 드립할 수 있는 온도로 떨어뜨려줍니다.


포트의 뚜껑을 잘 닫아두었다는 전제 하에 커피 포트가 열을 잃게 되는 것은 주로 복사 열손실(radiant heat loss) 때문이고, 일부는 포트와 테이블과의 접촉에 의해 전도 열손실이 일어납니다. 이 때 일어나는 복사 열손실/전도 열손실 두가지 면에서 동으로 된 재질이 딱히 유리한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동포트가 열 보존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극히 일부의 동포트는 훨씬 두껍게 제작해서 초기에 물의 온도는 더 많이 떨어뜨리고, 실제 드립시 물의 온도가 조금은 늦게 내려갈 수는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동포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동포트는 온도가 빨리 식어서 후반 추출의 잡미를 줄여준다?


그나마 조금은 근거가 있을지 모르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딱히 정확한 지적 같지는 않습니다.
1. 추출 후반부에 잡미가 나온다면 추출을 적정선에서 끊으면 된다.
2. 온도가 빨리 식는게 좋다면 스테인레스 포트의 뚜껑을 열고 커피를 내리면 된다.
3.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유의미한 결과 차이를 만들어낼지는 잘 모르겠다.




결론 : 동포트에 딱히 기능적인 장점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동포트는 간지입니다. 그냥 멋진 색감과 무늬를 즐기세요.


참고로 동포트는 사용하면서 관리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금속 이온이 부착되면서 발생하는 검은 점이나 녹청의 경우 인체에 무해하다고 합니다. 커피찾는남자도 기회가 된다면 간지나는 동포트를 하나 가지고 싶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