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공간

대한민국 커피의 역사를 품은 보헤미안 커피

Coffee Explorer 2015. 1. 11. 23:25

커피에 오래 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사람이라면 '1서 3박’이라는 말은 얼핏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과거 대한민국 원두 커피 1세대 세 명의 성씨를 따서 그들을 ‘1서 3박’이라고 호칭했었는데요. 그 중에서 아직까지 현직에서 커피를 볶고 내리는 유일한 분이 박이추 선생님이시죠.


강릉에 바다를 보러간 사람을들 박이추의 보헤미안 커피를 필수 방문 코스로 합니다. 장인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죠. 그러나 사실 요즘처럼 한국 전반의 로스터리 카페가 상향 평균화되어 가는 추세에 더 이상 맛에 있어서 특별한 만족을 주지는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를 가나 '누가 볶고 누가 내리는가?' 보다 '어떤 생두를 썼느냐?’가 맛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명소들을 방문한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커피 1세대라 불리는 박이추의 보헤미안 커피. 이제는 '박이추'라는 이름 석자보다는 자연스레 '박이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방 시절 원두 커피를 시작한 그는 서울 안암동을 떠나 강원도 오대산을 거쳤고 영진해변과 경포대에 이어 영진항 인근 사천진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습니다. 그가 떠난 자리는 그의 제자와 아들(님)이 그 뒤를 이어 커피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커피찾는남자가 찾아간 곳은 얼마 전 2014년 11월 17일에 문을 연 사천진 쪽의 커피공장입니다. 이 곳은 이후로 주로 로스팅 공장과 커피 강의를 위한 곳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기억이 납니다.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285-11






3층 규모의 깨끗한 건물은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조금은 소박하고 허름한 건물이 아닐까 생각하며 찾아갔다가 의외로 너무나 깔끔하고 웅장한 외관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1층에는 긴 커피 바(Bar)와 함께 많지 않은 좌석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바 안에는 커피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만한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좋은 에스프레소 머신이라그런지 몰라도 '장인' 박이추라는 이미지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머신일지도 모르겠는데요. 꼭 그래서 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을 화분이 딱 가로 막고 있었습니다. ^^






바 뒤로 많은 커피 잔과 내려지기를 기다리는 커피들이 병에 담겨 있습니다.






물론 원두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가격이 상당히 비싸죠?






200g이 한 봉지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새 해를 맞아 240g이 담겨 있다고 하더군요. ^^






1층 구석에는 다양한 모임을 위한 공간이 비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2층 홀은 이미 만석이었는데요. 아쉬운 점은 홀에 사람이 이 정도 들어차지 소음이 지나치게 시끄럽더군요. 아마도 유리와 돌로 둘러쌓은 구조가 소리를 흡음하지 못하고 반사만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래도 다른 쪽으로 올라가보니 조금 더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도 편안하게 공간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예가체프와 시다모였습니다.






워낙 많은 제자를 길러낸 선생님이시다 보니 커피 맛에 대해서 말하기 사실 조금 곤란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도 커피는 기호 식품이다 보니 개인이 느끼는 맛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

과거 일본식 드립커피를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물이 조금 더 많이 들어가서 지나치게 진한 맛은 아닙니다. 그러나 요즘 적당히 연한 커피를 즐기는 제 입 맛에는 여전히 조금은 진한 감이 있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서울권 카페들이 주로 볶는 로스팅보다는 더 볶음도가 높기 때문인지 물을 많이 넣어도 맛의 강함은 여전히 커피 안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동해 바다를 이렇게 바라보며 맛 볼 수 있다는 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곧 있으면 해가 질텐데요.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멋진 풍경일지...






이제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떠나야 할 시간. 1층에 들러 양해를 구하고 커피를 내리는 테이블 위를 잠시 촬영했습니다. 역시나 이 곳에서는 많은 분들이 드립커피를 주문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준비된 수많은 드립 세트를 보세요. ^^






주문하는 커피에 따라 고노나 칼리타 드리퍼가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많다보니 커다란 주전자로 물을 계속해서 끓이고 있었는데요. 덕분에 1층은 끓는 물이 뿜어내는 습기가 가득하더군요.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서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석양이 반기고 있더군요. 같이 동했했던 분께 긴급히 제안해서 광고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물론 제 차는 아니고...커피찾는남자는 커피찾아 다니느라 지갑 사정이 궁하답니다. ^^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보헤미안 로스터스를 떠나려고 합니다.






박이추 선생님이 직접 내려주시는 커피를 맛보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에 다시 들르겠습니다. ^^





그리고 보헤미안에 들리기 전에 방문했던 하조대의 멋진 모습을 한 두장 보너스로 올려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