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공간

대학가의 축복, 외대 앞 크레이저 커피

Coffee Explorer 2014. 10. 16. 16:02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대학교 앞에서 사람들이 미친 듯이 줄을 서서 커피를 사간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는데 정말로 얼마나 장사가 잘 되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무턱대고 믿을 수 없죠.


커피찾는남자는 소문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거든요! ^^


그래서 찾아갔습니다. 지도를 한번 볼까요?







오늘 커피찾는남자가 찾아간 곳은 한국외대입니다. 외대에서도 북쪽에 있는 후문 쪽인데요. 과거 커피업계에서는 상당히 덜 개발되었던 상권이었던 외대 인근도 이제는 쟁쟁한 카페들이 즐비합니다.






최근에 오픈한 히어로즈 로스터스는 인근에서는 가장 넓직한 공간인 것 같았습니다. 외대생을 제외한 인근 주민이 외부에서 찾아올 때에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죠.





이 쪽을 주름잡고 있는 주인공 격인 카페는 COFFEE D.N.A 입니다. 약 2년 전에 이 곳에 가게를 열었다고 하는데요. 일대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있고, 많은 커피를 팔고 있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일찍이 이곳에 들어와서 커피 시장을 준비시킨 개척자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추천 폰트, 정감고딕을 사용했습니다 >


오늘 제가 한국외대를 찾은 건 사실 C.Razer (크레이저) 소개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와보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인근 카페들을 함께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죠.






크레이저는 아주 작은 카페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동네 분식점과 같은 크기이니 아무래도 멋진 카페 인테리어를 즐기면서 긴 시간 쉬어가기에 적절한 공간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외부에서도 눈에 확 띄게 배치되어 있었는데요. 자체적으로 개조한 에스프레소 머신의 세련된 색감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메뉴판을 한번 둘러볼까요? 새 것의 티가 좀 팍팍나는 나무에 각인을 하고 색을 넣어 메뉴판을 만들었군요. 아무래도 대학생들은 주 고객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었는데요. 아메리카노 등의 메뉴는 2,500원에서 시작합니다. 싸죠.






제가 주문한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였는데요. 이 날은 과테말라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엷고 밝게 드리운 크레마가 증발하며 코를 간지럽혔는데요. 지나치게 매니악한 신맛이 강조되기 보다는 단맛과 구수한 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목 넘김이 좋은 커피였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지만 대중의 입 맛을 고려해서 적절히 발걸음을 맞추고 있는 듯한 로스팅이랄까요?






언젠가 페이스북을 통해서 보았던 더치 에일이 판매 중에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이 날 맛을 보지는 못했네요. 다음 번에 방문을 하면 꼭 한번 맛을 보고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제가 방문한 것은 오후 2시가 약간 넘은 때였는데요. 피크 타임을 피해서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더군요. 쉴새 없이 몰려오는 손님들로 인해서 크레이저 매장은 4명의 바리스타들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오가며 열심히 커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려 매장 밖으로 나왔는데요. 진지한 궁서체로 진짜배기 과일주스라고 써둔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날은 '연시'주스가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매장 안에는 이렇게 연시가 줄줄이 준비되어 손님들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크레이저의 외대 앞 매장은 몹시 좁아서 앉을 자리가 썩 마땅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녁 이후 시간이라면 Bar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바리스타들과 잠시 담소를 나누기에 어색하지 않은 의자들은 준비되어 있으니 인근에 거주하는 분들이라면 퇴근 이후 좀 느즈막한 시간에 한번 방문해보심이 어떨까요?






벽에는 이렇게 크레이저 맴버들이 잡지에 소개되었던 모습과 다양한 음료에 대한 홍보 자료가 붙어 있었습니다. 음료 자체를 강조한 형태의 매장이다 보니 인테리어에 너무 과한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크레이저 브랜드를 적절하게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음료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매우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찾아주시면 단골 손님들을 위한 쿠폰도 준비되어 있죠. 게다가 매달 재미있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한국외대 학생들 정말 부럽습니다.






조금 손님의 행렬이 멈춘 틈을 타서 바리스타분께 잠시 양해를 구하고 Bar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커피 계통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 법한 에스프레소 머신과 여러 대의 그라인더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 쯤에서 아까 초기에 말씀드렸던 COFFEE D.N.A로 돌아가볼까요?




피크 타임을 약간 벗어나고 있지만 이 곳에는 학생들이 줄을 서서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학생의 무리들은 저마다 오늘은 D.N.A를 갈지 크레이저를 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삼삼오오의 무리들이 절반은 D.N.A 나머지 절반은 크레이저의 커피를 손에 들고 이동하는 모습은 참 보기 드문 장면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매장 안 쪽 정면에 미국의 유명 커피 회사인 '블루보틀'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요. 어떤 이유로 저 곳에 이 사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아쉽게도 긴 줄 때문에 COFFEE D.N.A에서는 커피 맛을 볼 수 없었는데요.


이제 포스팅을 정리할 시간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처음에 붙여두었던 제목은 "한국외대 앞 커피전쟁 승자는 누구일까?"였거든요. 사실 애초에 열정이 가득한 두 커피 브랜드의 아름다운 경쟁을 '전쟁이라는 격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적절하지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목을 쓰게 된 것은 분명 이 열정어린 경쟁 속에도 승자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승자는 바로!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입니다. 이렇게 우수한 품질의 커피를 이런 좋은 가격에 맛 볼 수 있는 행운 가졌다니! 이쯤되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은 전국에서 가격대비 품질이 가장 우수한 커피를 맛 볼수 있는 몇 안되는 상권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6,000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직장 생활을 하게 되고 나서야, 외대 앞 커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겠죠? 학생들이 그 때쯤 추억을 떠올리며 모교를 다시 찾아왔을 때에도 젊은 열정이 가득한 COFFEE D.N.A와 크레이저의 커피를 부디 다시 마실 수 있도록, 젊은 커피 회사들과 바리스타들에게 응원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상으로 커피찾는남자와 함께 크레이저 커피를 중심으로 외대 앞의 젊은 카페를 둘러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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