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캬라멜 마끼아또는 왜 캬라멜 마끼아또인가?

Coffee Explorer 2013. 5. 3. 14:09


전에 이탈리아에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에서 이런 저런 고생을 해가며 여행하던 시기, 커피숍에 갔더니 그래도 몇 개 눈에 들어오는 단어들이 있더군요. Espresso, Macchiato, Cappuccino...에스프레소를 마시기는 좀 그렇고, 생각보다 맛이 없었던 이탈리아에서의 카푸치노 경험 때문에 선택한 메뉴는 마끼아또.

 




헉, 근데 왠 마끼아또가 이렇게 작은 잔에....사실 재미를 위해 이렇게 글로 표현은 하지만 당시에도 이미 저는 이미 카페 경영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카페 마끼아또와 캬라멜 마끼아또를 구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마끼아또(Macchiato)는 이탈리아 말이죠. Wikipedia를 보니 이런 설명이 있네요.

Macchiato is an Italian word, meaning "marked" or "stained".

얼룩보다는 흔적 정도가 우리 말로 적절하겠네요. 음료 위에 흔적이 남았다니 궁금하네요. 도대체 무슨 흔적일까요?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를 부으면 뜨거운 우유가 크레마를 뚫고 내려가게 되는데 이 때 상대적으로 온도가 덜 뜨겁고 비중이 작은 우유 거품이 크레마 위에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혹은 어떤 곳에서는 에스프레소 위에 같은 방식으로 우유를 부은 뒤, 거품만 스푼으로 떠서 점을 찍어두기도 합니다.

 




점만 찍어둔 사진 자료는 제가 지금 가진 게 안 보이네요. 그래도 이쯤에서 사진을 한 장 더 올려야 할테니 그냥 다른 사진 올립니다. ^^

 

여튼 이런 방식의 커피를 이탈리아에서는 Macchiato 라고 부릅니다. 사실 정식 명칭으로는 커피라는 단어와 합쳐서 Caffe Macchiato 라고 불러야겠지만 보통 마끼아또라고만 해도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커피를 주문하고 있으니 이 단어를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오해의 소지도 없거니와 상품명으로 그저 마끼아또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곳도 많습니다. 다만 유럽에서 '마끼아또'는 우리가 떠올리는 스타벅스 캬라멜 마끼아또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여기서 배울 수 있는 네이밍 원칙 상품명은 짧고 쉽게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가 알아볼 것은 스타벅스의 캬라멜 마끼아또입니다.





제가 한번 만들어본 것인데 괜찮은가요? 스타벅스의 캬라멜 마끼아또와 좀 비슷한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기억하시죠? 마끼아또의 뜻은 뭐라구요? 넵. 맞습니다. 흔적이 남겨진 커피이죠. 위의 커피에서는 어떤 흔적들이 남아있나요?

 

먼저 이 방식의 커피는 앞서 설명했던 Caffe Macchiato와 만드는 순서가 다릅니다. Caffe Macchiato는 먼저 에스프레소를 도피오 잔에 담고 그 뒤에 우유를 부었다면 이런 방식의 Macchiato는 시럽과 우유를 먼저 컵에 붓고 맨 위에 올라온 우유 거품층을 뚫고 에스프레소가 음료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순서의 차이가 음료의 맛에는 상당히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캬라멜 마끼아또 위에 올라간 거품들은 커피와 전혀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구름같이 포근하고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이 위에 맛있는 캬라멜이 둠뿍 올라가 있는 장면을...군침이 돕니다. ^^ 

 

원래는 이런 음료를 가르켜 Cafe Caramel Latte Macchiato 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름이 너무 길죠? 그래서 스타벅스는 간략하게 이름을 줄여서 상품명을 만들게 됩니다. 이 것이 바로  Caramel Macchiato 입니다. 부르기 참 쉽죠.





사진으로 다시 한번 비교하면서 볼까요? 오른쪽의 캬라멜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가 우유 거품을 뚫고 지나간 흔적에 커피 원두를 살짝 올려두었네요. ^^


사실 오늘날에는 만들기가 번거롭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캬라멜 시럽만 넣은 까페 라떼를 

캬라멜 마끼아또라는 이름을 달아 판매하는 곳들도 많습니다. 뭐, 어쨋든 상품의 이름과 만드는 방식이야 각자가 자신의 생각에 따라 정하게 될테니깐요. 이제 캬라멜 마끼아또는 단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문하는 음료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까페 모카와 함께 위에 생크림을 올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캬라멜 마끼아또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맛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달달한 캬라멜 맛과 향이 우유의 포근한 거품과 어우러져 정말 맛있네요.


TIP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캬라멜 마끼아또나 카푸치노 같이 거품이 들어간 음료를 주문하실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뚜껑을 닫지 않고 마시는 게 훨씬 식감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까페의 포장용 컵들은 커품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고 있어서 아래 쪽에 있던 커피만을 밖으로 보내줍니다. 따라서 뚜껑을 열고 입술로 부드러운 거품을 느끼며 먹는 것이 이런 음료들을 즐기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여성분의 경우엔 입술 화장이 조금 부담되실 수 있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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