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혀의 맛 지도,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Coffee Explorer 2014. 3. 1. 19:43

상식으로 알려진 혀의 맛 지도, 잘못된 것이다?


과거 중학교에서 배웠던 혀의 맛 지도를 기억하시나요? 어떤 분들은 완전히 잊고 계시다가 다시 사진을 보는 순간 떠올릴 수도 있을 테고, 또 어떤 분들은 '어라! 저거 잘못된 거라던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잠시 '혀의 맛지도'를 네이버로 검색해볼까요?



네이버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검색 결과는 '혀의 맛 지도'가 잘못된 상식이라는 내용입니다. 사실 한국에 '혀의 맛 지도'가 잘못된 것이라는 알려진 것은 2005-6년의 일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의학 저널에서도 '혀의 맛 지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죠. 이런 일을 기점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는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그대로 믿고 있는 것들이 많다'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2005년 11월 26일(108회 33분부터) KBS의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혀의 맛 지도가 완전히 잘못되었으며 바로 잡아야 할 상식으로 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판되는 있는 맛에 관련된 책을 보더라도 '혀의 맛 지도'에 대한 이런 태도는 변함이 없는데요.


최낙언의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 p.22]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맛은 혀의 위치와 상관없이 균일하게 느껴진다고 밝혀졌다. 이 조사를 실시한 로버트 마골스키 교수는 ‘모든 미각은 맛봉오리(미뢰)가 있는 혀의 모든 지점에서 감지될 수 있다.’ 면서 ‘혀의 맛 지도는 과학에서도 고정관념을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혀의 맛 지도 탄생하다!


그런데 과연 이게 사실일까요? 먼저 혀의 맛 지도와 관련된 과거의 자료들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혀의 맛 지도에 관한 첫 번째 연구는 1901년에 "4대 맛에 대한 혀의 상대적 민감도 차이를 최초로 측정했다."는 내용입니다.[각주:1] 


그러나 이 때 사용한 일부 불명확한 데이터로 인해 이후 이 내용이 번역되고 다른 나라들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오해들이 생겨납니다. '혀의 부위 별로 맛을 느끼는 상대적 민감도가 다르다'는 원래의 연구 결과와는 다르게, 특정 맛을 느끼는 혀의 위치가 따로 있다는 내용으로 우리에게 혀의 맛 지도가 알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위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미국에서 현대판 '혀의 맛 지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런 내용으로 혀의 맛 지도가 널리 알려지기 된 것은 그림(지도)의 형태로 위 내용이 정리 되면서 부터 입니다.[각주:2]


이 지도를 만든 사람은 에드 윈 보링이라고 하는 '심리학' 교수였습니다. 그가 심리학에 있어서 여러가지 업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지만, 혀의 맛 지도에 대한 잘못된 번역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그의 지명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자료를 비판 없이 그저 받아들였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최초의 데이터를 만든 다비드 해니그가 사용했던 수치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넣으면서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다'라는 기준에 '0'이라는 수치를 기입 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아! 저기에서는 이 맛이 안 느껴지는구나!'로 받아들일 만 한 거죠. 그러나 다비드 해니그의 견해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혀의 맛 지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혀지다


1974년에 이르러야 이런 내용을 뒤엎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각주:3] 그러나 그 사이에 전 세계에 널리 퍼진 '혀의 맛 지도'에 대한 잘못된 번역은 이미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대부분이 나라에서 교과서에 실리는 등 정설/상식으로 자리 잡아 버립니다. 대중들은 하버드의 교수가 내놓았던 단순한 '혀의 맛 지도' 개념에 여전히 사로 잡혀 있었고, 새로운 연구 결과는 기존의 믿음을 깨뜨릴 만한 힘을 얻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기본 맛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가 발견되면서 '혀에서 맛이 어떻게 지각되는가'에 대한 연구가 나왔습니다.[각주:4][각주:5] 맛을 느끼는 수용체는 혀의 특정 부분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혀는 물론 입 천장 전체에 퍼져있다는 것이 밝혀졌죠. 이와 동시에 전 세계에 비로소 상식으로 알려졌던 '혀의 맛 지도가 허구다'라는 내용이 퍼져나가게 됩니다. 한국 역시 과학 교과서에서 이 내용을 빼기로 하는 등 기존의 과학 상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을 반성하는 분위기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혀의 맛 지도, 잘못된 상식만은 아닙니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혀의 맛 지도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혀의 상대적 맛의 민감도 차이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혀의 부위에 따라 느끼는 맛이 따로 존재한다는 내용의 잘못 번역된 혀의 맛 지도는 허구지만, 혀의 부위에 따른 상대적 민감도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혀의 미각 지도는 모두 거짓말이다'라는 기사가 있던데요. 이 기사도 거짓말인 것이죠. 검색을 통해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혀의 맛 지도가 잘못된 상식이다.'라는 내용인데요. 이와 관련한 최초의 연구가 밝힌 '혀의 부위에 따른 상대적 민감도 차이'마저도 다 허구라고 주장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검증 없이 수 십 년 동안 잘못 알아왔던 내용에 대해, 이번에는 반대 방향의 오류를 가진 이야기를 다시 한번 검증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입니다.


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있는 세포들은 혀의 특정 부분에 모여있지 않고 혀에 전체적으로 퍼져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혀의 특정 부위에 있는 세포는 특정 맛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합니다.[각주:6] 개인마다 자신만의 맛 지도를 가지고 있는 셈인데요. 그 경향성이 과거 혀의 맛 지도와 동일 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부분도 많습니다. 물론 그 경계가 '혀의 맛지도'처럼 명확하게 나뉘어 있는 것은 아니죠.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혀의 맛 지도는 허구이지만, 혀의 맛 지도(Tongue Map)는 실제로 어느 정도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혀의 맛 지도는 단순한 부정이 아닌 재검증과 해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커피찾는남자 (Coffee Explorer) 에디터

  1. Hänig, David (1901). "Zur Psychophysik des Geschmackssinnes". Philosophische Studien 17: 576–623. Retrieved June 24, 2011. [본문으로]
  2. Edwin Garrigues Boring(1942). Sensation and Perception in the History of Experimental Psychology (1942) [본문으로]
  3. Collings, V.B., 1974. Human Taste Response as a Function of Locus of Stimulation on the Tongue and Soft Palate. Perception & Psychophysics, 16: 169-174. [본문으로]
  4. March 2001 Scientific American Magazine: The Taste Map: All Wron [본문으로]
  5. Wanjek, Christopher (August 29, 2006). "The Tongue Map: Tasteless Myth Debunked". Livescience.com. Retrieved June 24, 2011 [본문으로]
  6. https://www.ncbi.nlm.nih.gov/pubmed/12132625?ordinalpos=1&itool=EntrezSystem2.PEntrez.Pubmed.Pubmed_ResultsPanel.Pubmed_DefaultReportPanel.Pubmed_RVDocSum [본문으로]